美, 자동차에 쇠고기까지 노리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3-10 17: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미국 통상정책을 책임질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추가협상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추가협상이 현실화한다면 오바마 대통령 등 미 측이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는 점에서 자동차 분야가 최우선적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와 별개의 위생.검역 협정인 쇠고기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수입 쇠고기의 연령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도 미 측에 유리하게 돼 있는 지적재산권, 보건의료, 농산물 개방 분야 등에서 수정을 요구하면서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최우선 대상은 자동차
일단 미국이 한미 FTA의 협정문 손질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만큼 최우선 요구 대상은 자국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제너럴모터스(GM)는 지금까지 연방정부로부터 134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추가로 166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일각에서는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포드 자동차 역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출자 전환을 통한 대대적인 부채 감축에 나서고 있으며 크라이슬러는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있는 미니밴 조립공장의 3교대 근무를 6월부터 폐지하기로 하면서 1천200명의 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산 자동차가 연간 70만 대 이상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산은 한국에서 5천 대 밖에 팔리지 않으므로 '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70만 대에는 현대차 등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수가 포함된 반면 한국에서 팔리는 5천 대에는 GM의 자회사인 GM대우의 생산량이 빠져 있다며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협정문에서 한국은 8%인 자동차 관세를 발효 즉시 모두 철폐하고 미국산 차의 주종인 고배기량 차에 부담이 큰 자동차세와 개별소비세를 개편하는 등 미국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딱히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그간 수차례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정말 한국에 진출하고 싶다면 해답은 한미 FTA에 있다"면서 "오래 전부터 미국 업계가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다 들어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내 언론에서도 "FTA 반대론자들이 대표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의 불균형을 거론하지만 그들이 두 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의 차이나 한국 업체들이 미국 회사들에 비해 상대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차를 만든다는 점 등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FTA 발효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쇠고기도 한미 FTA와 연계되나
한미 FTA 논의대상은 아니지만 쇠고기 역시 한미 FTA 처리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한미 FTA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 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 해제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보커스 의원의 이런 발언은 그가 한미 FTA 비준 동의 문제를 다룰 재무위 위원장에 유임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의 지역구가 대표적인 '비프 벨트(쇠고기 생산.수출이 많은 지역)'인 몬태나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적인 시장 개방을 한국에 요구해왔다.

   정부는 그러나 현 단계에서 보커스 의원의 요구를 미 의회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도 온도 차가 있고, 지역구에 따라서도 입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미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어렵게 대(對)한국 수출을 재개해 순조롭게 쇠고기를 팔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민감한 사안을 꺼내 역풍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정부 내에 있다.

   만약 30개월령 미만으로 제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해제하려면 국내적으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부칙은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 품질체계평가프로그램(QSA)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만 한국으로 반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개선됐는지를 판단할 방법이나 기준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쇠고기 월령 제한을 풀도록 요구한다면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요건은 국회의 심의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국회 심의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인 심의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30개월령 제한을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 의회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라며 "현재로선 30개월령 제한 해제 요구가 정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도 요구할 것 많다"
만약 미국이 자동차, 쇠고기 등의 분야에서 다시 협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도 미국측에 유리하게 돼 있는 분야를 문제삼아 맞받아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미국이 추가요구를 해온다면 부분적으로는 우리도 요구할 것이 많다"면서 "지적재산권 분야나 보건의료 분야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재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했고 의약품 분야에서도 신약의 시판허가에 소요된 기간을 보상하기 위해 의약품의 특허기간을 연장키로 합의했다.

   자동차 협정위반시 관세를 원상회복하는 '스냅백' 조항,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 또는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ISD), 농산물 개방 등도 우리에게 불리한 분야나 제도로 꼽히고 있어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미 FTA는 협정 내용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타결.서명된 것"이라며 "특정분야로 인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도 문제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서 실장은 "미국내 자동차 산업 등의 목소리만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나 미국 금융계나 기타 분야에서는 한미 FTA를 선호하는 등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면서 "본협정문을 건드리는 내용의 재협상까지 미측이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