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FTA 재협상 단정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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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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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통상정책을 책임질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추가협상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크 내정자의 발언이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입장과 같은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재협상 요구로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협정문을 뜯어고치는 재협상을 하자고 나설 경우 협상 자체가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협상이나 다른 형태의 협상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 측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미국이 추가협상을 요구하기 전 우리 측이 개성공단이나 농산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
커크 USTR 대표 내정자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계속해서 언급해왔던 내용의 연장선상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맺은 FTA에 문제가 있어 그대로 수용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만 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지 이를 바로 재협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 같다. 재협상이 될지 재협의가 될지 아니면 한미 연례회의를 통해서 요구해 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협정문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기술적 접촉을 통해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간 자율적 협정을 체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재협상을 통해 본문을 건드리면 겉 잡을 수 없다. 협정문은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협상 내용을 보면 미국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줬다. 부분적으로 우리도 요구할 것이 많다. 지적재산권 분야나 보건의료 분야가 그렇다. 미국 금융계도 한미 FTA를 상당히 선호한다. 미국 내에서도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일단 우리가 먼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 협정문에 손을 댈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논의가 필요하다면 우리측 논리를 명확하게 얘기해야 한다.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USTR 보고서에서 벤치마크(기준)에 대해 언급했는데 아마 자동차와 쇠고기가 될 것이다.

   우선 자동차와 관련해 한미 FTA 협정문 체결 당시 미국의 관세 철폐와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연계하는 조항을 넣으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USTR이 넣지 않았다. 그런 내용을 새롭게 요구할 수 있지 않겠나.

   방법은 협정문에 손을 대는 리오픈(reopen)이 될 수도 있고 협정문은 그대로 둔채 사이드 어그리먼트(side agreement)나 사이드 레터(side letter)를 채택하는 방법 등 외교적으로 가능한 수많은 방식이 있다.

   일단 이대로는 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미 미 민주당 내 공정무역론자들이 제출한 통상법안에 따르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서비스 분야 네거티브 방식 등 한미 FTA에서 채택한 부분들을 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신호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쇠고기의 경우 일본, 홍콩, 대만 등 어디를 봐도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수입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미 FTA도 재협상하자고 선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자동차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줄 것은 내주되 우리가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

◇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커크 내정자의 발언은 한미 FTA가 현 상태로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미 민주당이 자동차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에서도 자동차 협상과 관련해 비관세장벽 문제는 어느 정도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사항은 관세인하, 비관세장벽 철폐, 한국 자동차 시장의 완전개방 등 크게 3가지다. 한미 FTA에서 미국은 자동차 관세 2.5%를 3천cc 이하에 대해서는 즉시 철폐, 이상은 3년에 걸쳐 철폐하고 픽업 트럽의 관세 25%는 10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었다.

   미국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 미국차가 5천 대 수출되면 미국도 한국 자동차 5천 대에 대해서만 이러한 관세철폐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보조금과 같은 비관세장벽에 있어서는 오히려 미국 측이 자동차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주지않고 있다.

   일단 미국도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해 합리적으로 우리 정부를 설득할만한 논리가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다만 자국내 산업이 어렵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보니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커크 내정자의 발언은 그동안 미 당국자들의 얘기를 감안해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정말로 재협상을 하자는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미국 내 정치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고위관계자들이 당분간 한미 FTA에 대해서 부정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너무 신경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재협상으로 인해 미국이 과연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실제 재협상까지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개성공단 문제나 농업 개방 등과 관련해 요구할 부분이 많다. 다만 새로운 협상을 하게되면 양측 모두 어렵다.

   미국 요구에 대해 우리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한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국내 정치권이나 여론에 대해 정부 입장이 난처해진다. 반미주의가 발생한다해도 미국 측이 할말이 없기 때문에 이를 감안할 것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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