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치 없는 담보에 '묻지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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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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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층 지원 위한 고육책 "자금회수 어렵다" 지적도

정부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자산 담보 융자를 해주기로 했다. 특히 이미 담보로 설정된 자산이나 전세보증금 등 담보 가치가 거의 없는 자산에 대해서도 정부 보증을 통해 추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에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담보로 제시한 자산이 처분될 경우 정부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담보가치 없는 자산도 대출해준다 = 17일 기획재정부는 소액 자산을 보유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산 담보 융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융자 대상은 자산이 2억원 이하인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 가구(4인 가족 기준 월 133만원)다.

대출 금액은 가구당 최고 1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3%에 2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재정부는 담보로 설정된 토지나 주택, 전세보증금 등 죽은 담보로 취급받았던 자산에 대해 추가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들 자산은 담보 가치가 거의 없어 정상적인 경로로는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정부에서 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해 이들 자산에 대한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출연하는 보증 재원은 총 1000억원으로 이를 10배로 운용해 1조원 가량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보증 재원이 소진되면 국고를 털어 추가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가구당 500만원씩 20만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금 환수에 문제 없나 = 문제는 담보 가치가 없는 자산에 대해 보증을 설 경우 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 지 여부다. 정부는 거치 기간을 2년으로 설정하고 5년간 나눠 낼 수 있어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분할 상환이 시작되는 2년 후에는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간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중도 상환도 할 수 있어 지원 자금을 무난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저소득층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기존에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경우 기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담보로 맡긴 자산이 날아갈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고 대출을 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에 맡긴 자산의 담보가치 한도가 남아있을 경우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토지나 주택이 있더라도 이를 담보로 최대 한도까지 돈을 빌린 경우가 많아 담보가 매각되더라도 정부가 찾아갈 수 있는 돈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담보 융자는 사실상 무담보 대출과 마찬가지로 서민 지원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가치 없는 담보라도 잡고 돈을 빌려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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