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정치권에서 대출 금리 인하 주문이 쏟아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오는 4월 1일부터 판매마진을 기존 0.8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0.3%포인트 축소하고, 부채비율 과다 고객에 붙였던 가산금리 0.3%포인트를 폐지하겠다고 29일 밝혔다.
또 주거래 고객의 우대 금리를 종전의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확대하고,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보유 고객에 대해서는 근저당설정비용을 은행에서 부담해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러한 혜택을 모두 적용받으면 최고 1%포인트의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다음 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한다.
우선 신한은행이 자체 정한 기준에 따라 그동안 0.0∼0.6%포인트까지 우대해주던 감면금리를 0.3∼0.9%로 0.3%포인트 확대하고, 대상도 단골 고객에서 일반 고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출신청 고객이 소득이 없을 경우 붙였던 0.2%포인트의 가산금리와 연립주택, 빌라 등의 담보에 가산했던 0.3%포인트, 500만 원 이하의 소액대출에 대한 1.5%포인트의 가산금리도 모두 폐지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출금리 인하로 서민들이 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하나.외환.기업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판매마진을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금리를 낮출 자세가 돼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3월 말 결산 이후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을 때 금리를 높이지 않는 형태로 금리인하 효과를 내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데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금리인하를 위해 은행들이 노력할 부분이 있다"며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2.43%까지 하락했으나, 은행권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그동안 CD 금리 하락 폭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예컨대 국민은행이 이번 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고시 금리는 3.19~4.69%지만 실제 영업점에서는 수익성 악화 등을 우려해 5% 중반에서 신규 대출 금리를 적용했었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고객 불만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예대마진 악화와 연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대출금리 인하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은행업계의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고금리 후순위채와 정기예금 판매경쟁으로 평균 조달금리가 5%대 후반대로 올랐지만 CD금리 급락으로 일부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이보다 낮아졌다"며 "정치권과 당국의 요구로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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