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술제휴·FTA 체결이 '아시아 1등'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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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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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르겐 뵐러 한독상의 사무총장 겸 CEO

"한국은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이미 오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산업은 이대로 도태될 것인가?"

   
 
유르겐 뵐러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총장 겸 최고경영자(CEO)
한국 산업계의 해묵은 숙제로 한국이 '샌드위치 상황'에 처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한국이 만들어 내는 제품은 일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중국 제품보다는 품질이 뛰어나다. 이른바 '역 샌드위치 상황'이다. 그렇다면 평가 절하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품질에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유르겐 뵐러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총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한독상의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처한 샌드위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독일과의 기술제휴를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한국이 독일의 기술을 100% 흡수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는 일본을 앞설 수 있고 기술로도 중국을 따돌려 한·중·일 3국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뵐러 총장은 특히 "한국에 진출하는 독일 기업들은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처럼 2~3년간 한국에 머물며 수익을 내고 떠나버리는 철새가 아니라 한국에 머물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으며 지역 경제 주체들과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현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의미에서 뵐러 총장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가 타결되면 양측의 교역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FTA 체결에 따른 득실을 따진다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중·일 3국 가운데 두번째인 한국이 EU 교역국 중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독일에서만 모두 8010대를 팔아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50.1%나 늘었다.

하지만 뵐러 총장은 한·EU FTA 타결의 최종 걸림돌인 관세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EU FTA에서 관세환급을 허용하면 EU가 관세환급 폐지를 원칙으로 다른 나라들과 맺은 FTA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이 독일 등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경직된 법률시스템과 비합리적인 노사 문화의 재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시스템의 경우 원칙을 유지하되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며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노사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뵐러 총장은 특히 한국 법률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법체계는 중국보다는 양호하지만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미비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뵐러 총장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노동조합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으며 노조 구조가 산업별로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산별 노조의 본거지인 독일에는 한국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전국 단위의 독일노동조합연맹(DGB)이 있고 금속노동조합(IG Metal)으로 대표되는 산별 노조를 산하에 두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규모 기업별 노조가 대세를 이루지만 독일은 산별 노조가 단체교섭을 주도하며 산별 노사간 단체협약은 전국의 해당 산업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뵐러 총장은 "독일의 산별 노조는 각 기업 경영진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산업의 미래와 근로자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노사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의 경우 노사 협의에 관여하는 이사회 역시 기업의 거의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며 기업 내의 다양한 이익을 대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와 경영진, 근로자가 함께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실적 등 경영 전반에 관한 모든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공장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는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뵐러 총장은 최근 일고 있는 경기회복설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시했다. 성급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IB)은 경기침체로 평가절하된 부동산이나 상품에 투자해 이익을 창출한다"며 "골드만삭스의 1분기 실적 호조는 실물경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일반 상업은행의 실적과 소비 및 생산지표들은 여전히 불안해 미국과 EU시장은 내년까지는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시장은 올 하반기 바닥을 치고 내년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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