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핵심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부당한 요구라며 반대하던 기존의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국내 정유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 오강현 회장은 21일 시내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격공개 문제는 정유사 처지에서 새로운 부담을 떠안는 것이긴 하지만,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가 확고한 만큼 착실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정유사별로 판매가격을 공개하도록 한 규정을 5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정유사들은 실명으로 주간과 월간 단위로 각 주유소에 공급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각각의 판매가격이 아닌, 이들 정유 4사의 공급가격을 합쳐 평균한 판매가격을 일주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오 회장은 하지만 가격공개가 휘발유 소비자가격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앞으로의 영향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오 회장은 "가격을 공개하면 가격이 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르는 쪽으로 수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어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률(석유제품 가격)은 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회사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이런 낮은 수익률로는 미래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 석유기업의 이익률은 9% 정도이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률은 3% 안팎 수준"이라며 "낮은 수익 구조를 탈피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유사들이 유전광구나 자원개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지난 2월 24일 18대 대한석유협회 회장에 뽑혔다.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와 행정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나왔다.
행시 9회 출신으로 상공자원부 공보관, 대통령 경제비서관, 옛 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 한국철도차량㈜ 사장, 강원랜드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 예당에너지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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