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연체율 상승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 3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무려 3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일부 은행들은 일선 영업점의 성과평가 방식을 개편하면서 신용대출 실적을 평가 항목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대출자 신용등급도 크게 높아져 6~7등급 고객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무난히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담창구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러나 대출 불가 판정을 받은 고객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기웃거리기 전에 은행 영업점은 이들을 저신용층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소액 신용대출 상품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 신용대출 이용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한편 각 은행의 대출 집행 실적도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은행이 지난 13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무보증 행복드림론'의 하루 평균 대출 승인 실적은 170여 건에 달한다.
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고객들을 소액 신용대출로 유도하는 이유는 뭘까.
평균 금리가 2배 가량 높아 이자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는 데다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돼 자연스럽게 리스크 관리도 되기 때문이다.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일반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바람에 줄어든 이자 수익을 소액 신용대출 확대로 보전하는 '이자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은 소액이라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겠지만, 은행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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