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 안 듣는 은행들 때문에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대출 활성화 목적으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목표치는 50조원이었으나 1분기 대출 실적은 목표치의 70%에 불과한 10조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목표치 50조원 중 60%를 상반기에 집중한다는 당초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 트랙),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의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은행권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늘려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은행들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 대출 실적이 답보를 거듭하자 정부 내에서도 당초 목표치의 수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0조원 목표치는 경제성장률 3%를 전제로 잡은 것인데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경제 여건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목표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 대한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은행들이 정부 지원만 받고 실물경제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은행들의 대출 실적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자금 지원을 받은 19개 은행들의 2월 대출 실적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23% 급감했다.
이에 따라 수천억 달러의 세금을 은행에 투입해 기업 및 가계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던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지나친 몸사리기로 오바마 정부의 금융시스템 개혁 작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은행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경기부양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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