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계 경기 회복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뉴욕증시가 곧 조정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샘 스토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투자전략가는 기술적 데이터와 과거 증시 움직임을 감안하면 뉴욕증시는 지난 17일 고점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지수가 하락세로 기울다 베어마켓(약세장)에서 새로운 저점을 찍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역사가 반복된다면 뉴욕증시는 조정을 맞게 될 것"이라며 "오늘이 조정 국면으로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전날 다우지수가 289포인트 떨어지는 등 3~4% 급락했으나 이날 미국 은행권의 자본이 충분하다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토벌은 이번 조정에서 증시가 14% 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1973~1975년과 2001~2002년 경기후퇴기와 맞먹는 것으로 최근 수년간의 조정이 고점 이후 20일간 평균 7% 하락한 데 비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증시가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베어마켓 랠리를 펼쳤던 지난 2001년 다우지수는 5월 초 9808에서 7월 말 7702로 추락했다. 이후 8월 말 다시 9053으로 올라섰던 지수는 10월 두번째 주에 7286으로 곤두박질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우지수는 11월 말 9800선을 회복했지만 2002년 3월 다시 7500선으로 후퇴했다. 스토벌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약세장은 기술적으로 같은해 10월에 끝났고 12월이 돼서야 1만선을 재탈환했다. 결국 지난달 9일 6500선을 내주며 12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던 다우지수가 지난 17일 8131을 고점으로 7000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출처:CNBC-로이터 |
제프리 허쉬 주식거래자연감(Stock Trader's Almanac) 편집장도 강세장은 전통적으로 11~4월 동안 이어졌다며 다우지수가 8000선에서 저항하다 결국 뒤로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날 홍콩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뉴욕증시의 최근 랠리를 '바보들의 랠리(Sucker's rally)'라고 비꽜다. 증시 회복을 통해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의미다.
그는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지난달 초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저점을 시험한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 경제의 위축과 금융시스템의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증시의 상승세가 이내 꺾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는 올해 2% 뒷걸음질친 뒤 내년까지는 성장이 요원하다"며 "내년에 실업률은 11%까지 치솟고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 외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이 처한 위기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니시 파브라이 파브라이인베스트먼트펀드 창립자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기후퇴로 향후 2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증시는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지속적인 랠리를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 증시는 경제가 본 궤도를 되찾기 전에는 랠리를 펼칠 수 없다"며 "미 경제는 오는 2011년까지 숲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파브라이는 대안 투자처로 "미 정부의 11조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투자할 만한 곳은 상품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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