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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돼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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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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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우리 인간에겐 참으로 이로운 동물이다. 온갖 형태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다.

기름 내장 피 가죽 털 뼈 족발까지 인간을 위해 다 내놓는다. 죽을 때는 웃어주기도 한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 어디 이 뿐인가. 서민의 시름을 달래는 소주 한잔에 곁들인 삽겹살. 대한민국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인간의 미래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연구용으로 키우고 있는 무균돼지가 있다. 사람의 장기와 돼지의 장기는 아주 닮았고 크기 또한 비슷해 인간에 이식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이 무균돼지의 간세포를 분리한 후 캡슐화 해 간세포의 활동성과 지속성을 극대화 한 ‘인공간’을 만들어 낸다. 돼지를 이용해 바이오 장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난치병 환자 등의 생명이 연장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우리 모두는 돼지꿈을 꾸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조상꿈을 비롯해 돼지꿈을 꾸고 나서 복권에 당첨됐다고 말하고 있는 실증적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돼지꿈을 꾼 경우 재물이나 이권을 얻게 되는 일로 실현되고 있다.

이는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는 다산의 동물이면서 쑥쑥 커가는 성장성에서 재물이나 이권의 번창을 상징한다. 옛날에 돼지 한 마리 장에 가져가면 쌀이나 다른 재물로 바꿀 수 있던 물물교환의 잔재에서 연유됨을 알 수 있다.

혹은 파자해몽으로 돼지를 한자로 나타내면 豚(돼지 돈)이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돈’과 음이 유사하다.

어릴적 동네 이발소에 가면 어미 돼지가 많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산과 쑥쑥 커 나가는 성장성에서 가게의 번창을 기원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민속적으로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를 놓고 지내는 것도 다산과 성장성에서 번창과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돼지와 관련해 정말 엽기적인 사건도 있다. 바로 사람돼지 사건이다. 중국 한 고조(유방) 때 황후였던 여후(呂后)는 젊고 아름다운 후궁 척부인에게 밀려 유방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 질투심에 이를 갈던 여후는 유방이 죽고나자 복수에 나서 척부인의 귀를 불로 지지고 벙어리로 만들었다.

두 눈을 파내고 사지까지 절단해 변소간에 던져넣었다. 그리고선 인저(人猪·사람돼지)라고 부르며 한을 풀었다.

얼마나 갈등의 골이 깊고 원한이 뼈에 사무쳤으면 그런 일까지 벌였으랴마는 정말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곁에 돼지가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SI)’가 그것이다.

지난달 말까지 SI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수는 총 160여명으로 집계됐다. 진원지인 멕시코 현지에서 감염이 됐거나 의심되는 환자 수는 2500여명, 이로 인해 입원 중인 사람은 1300명에 달한다.

멕시코 외에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 급기야 한국까지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대륙이 SI의 재앙에 물들고 있다.

늘 곁에 있었지만 고맙게 느끼지 못하고, 자주 대하지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돼지. 

돼지가 이토록 공포스러웠던 때가 있었던가···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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