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이 증시나 단기 금융상품으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하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다시 올릴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신금리가 당장 급격히 오르지는 않겠지만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고 투자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은행 돈이 빠져나간다 =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은행과 농협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28일 현재 834조223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8988억원 줄어들었다.
7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2월 말 849조4103억원, 3월 말 837조1312억원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신규 기준)는 연 2.97%로 전월 대비 0.2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은행 자금이 빠져나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28일 현재 15조775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353억원(16.5%) 증가했으며 신용융자잔고는 3조3972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1631억원(52.1%) 급증했다.
수신 잔액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은행 원화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7대 은행의 원화 대출 잔액은 28일 현재 780조5726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5172억원 증가했다. 원화 대출 잔액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15조8274억원 급증했다.
◆ 수신금리 점진적 인상 예상 = 수신은 줄어드는데 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은행권의 유동성 수급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자금이 증시나 단기 금융상품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지면 은행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며 "증시나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자산 거품이 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수신 잔액 감소는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급격하게 금리가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7년 은행 자금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자 은행들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경쟁을 벌인 바 있다"며 "수신 잔액 감소세가 이어지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돼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 수신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고 증시로 투입되는 자금이 늘어난다면 은행 수신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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