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조직구조도 없는 별난 기업 셈코가 날개 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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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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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 직원이 원하는 회사의 모습은 어떨까.

만약 직원들이 원하는 기업문화의 형태를 경영자와 더불어 만들어 간다면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지속적인 성과도 더불어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직원의 행복 정도를 기준으로 투자 종목을 고르는 것은 바른 투자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하기 좋은 직장의 주가는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고 말한다.

선박용 펌프 제조, 기업 인사노무 아웃소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라질의 셈코(Semco)는 별난 기업이다.

셈코에는 공식적인 조직구조가 없다. 비즈니스 계획이나 기업전략도 없고, 2개년 또는 5개년 계획도 없다. 회사 설립목적을 적어놓은 글도 없으며, 장기예산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CEO가 확실히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부사장도 없고 정보기술이나 그 운영을 철저하게 책임지는 임원도 없다. 정해진 표준이나 관례도 없다. 인사관리 부서도 없다. 직무기술서도, 고용계약서도 없다. 보고서나 경비내역서를 결제하는 사람도 없다. 직원들을 감독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셈코는 연간 성장률 40%의 속도로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불황 속에서 이룬 높은 성장, 독특한 틈새시장 공략, 낮은 이직률’ 등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고자 지금도 셈코를 방문한다.

셈코의 최고경영자 리카르도 세믈러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부친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후 독창적인 경영방식으로 회사를 급속히 성장시켰다. 그는 스스로를 ‘최고 효소 임원(Chief Enzyme Officer)’이라고 칭한다. 경영자란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주는 효소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세믈러는 "직원들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이다"고 말하면서, 직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강조한다.

우리의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아직도 제왕적 리더십에 익숙하며, 통제를 기반하고 있는 기업문화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는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성인으로 대접 받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 입사하면 갑자기 미성년자로 취급한다. 세믈러는 직장에서 통제를 하는 관리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사내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현실과 괴리된 이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업무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셈코의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를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한다. 업무성격상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면 며칠 동안 출근하지 않고 밤에만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원하는 만큼의 휴가를 활용하면서 가장 능률이 오를 때 업무를 처리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다른 용무를 볼 수도 있다.

세믈러는 일률적인 근무시간을 고집할 경우 “얻는 것은 획일성이요, 잃는 것은 생산성이다"라고 말하면서, 직원들에게 업무시간을 결정하게 권한을 주면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상호 믿음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는 성인이라면,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무책임한 열차 기관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최대한의 자율을 줄 때 최대한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배경에 있다. 그는 회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우선 직원들 개인이 선택해서 도전할 수 있는 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고한다.

또한 직원들이 여유를 가지고 근무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더욱 잘 포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직원 개개인의 진정성’이라고 언급한다.

세믈러는 "진정성은 산소와 같다. 진정성이 없으면 기업은 질식사하고 만다"라고 말하면서 진정한 애사심은 회사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리카르도 세믈러는 성공이란 이익과 성장으로만 가늠될 수 없다고 말한다.

셈코에서는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를 발견하게 하고, 자신의 꿈을 기업의 목표와 결합시키며, 자연스럽게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셈코의 이직율은 매우 낮다. 셈코는 우리가 한번쯤 자문했을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기업은 과거보다 더 풍요로운데 직원들은 덜 행복한가?"

강경태 한국CEO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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