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형 기업'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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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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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붕의 생각나무)

일본에는 ‘오타쿠(御宅)’이란 말이 있다. 특정분야에 미쳐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이런 ‘오타쿠 인간’이 약 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6일 무역센터에서 무역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대일수출 유망 100개 기업 지원 발대식’을 가졌다.

발대식에서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적극적인 수출지원 약속과 함께 대일 무역역조를 100억 달러 개선시켜 올해 대일무역수지를 227억 달러 적자로 만들겠다는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한∙일간 교역이 개시된 지난 1965년 이래 대일무역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대일무역수지에서 적자규모가 가장 큰 부품소재의 경우 2008년 한 해에만 209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대일무역수지 적자폭을 작년보다 100억 달러 줄이기로 한 것은 야심찬 포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일무역역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들을 살펴보면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2억달러 적자를 냈던 소비재분야의 수출을 확대해 올해는 15억 달러 흑자전환을 실현하고 부품소재 분야도 올해는 수출확대 및 수입대체 효과로 그 적자폭을 209억 달러(2008년)에서 150억 달러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4억2천만 달러를 유치했던 일본기업들의 직접투자를 확대해 올해는 흑자규모를 18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게 그 핵심 골자이기 때문이다.

MB정부는 대일 무역역조 문제 만큼은 과거 정부와 다른 길을 걷겠다고 강조해 왔다.

즉 양국의 경제관계를 종래와 달리 경제원리에 따라 풀어가고 무역역조개선 대책도 소극적인 수입억제보다는 적극적인 수출촉진 대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일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 국민들의 기대치를 크게 올린 적도 있다.

이 정상회담에 따라 정부는 경북 구미공단을 일본 부품소재기업의 한국유치를 위한 부품소재 전용공단으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기술력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뒤쳐진 탄소섬유, 트랜스미션, 선박용 연료펌프, 실리콘 수지 등 부품소재 분야의 일본 기업들을 집중 유치해 국내로의 기술이전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일본 기술도입 시 국내 기업간 협조체계 미흡, 일본 기업의 대한(對韓) 덤핑과 단기이익 위주의 투자패턴, 한국측의 투자환경 악화, 한일간 일시적인 경합부문 발생으로 인한 일본측의 기술이전 기피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리의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한 진정한 기술이전은 이뤄질 수 없고 일방적인 기술이전은 결국 기술종속, 경제종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대일 무역역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과 경쟁 패러다임에 놓여있는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오타쿠형(型)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일본 종속형 산업구조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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