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코스피가 1400선을 넘어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자 빚까지 내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가 격증하고 있다.
작년 금융위기로 입은 손실을 한탕에 만회하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수가 예상 고점인 1500선에 거의 다다른 만큼 자칫 꼭지에 물릴 수 있다고 증권가는 경고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사기 위해 빌린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8일 현재 3조4750억원으로 1월 말 1조6319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는 전고점인 작년 6월 말 4조66억원에 바짝 다가선 규모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조7000억원을 밑돌던 신용융자 잔고는 2월 말 1조9331억원, 3월 말 2조2314억원, 4월 말 3조3856억원으로 격증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을 사려고 빚만 내는 게 아니다. 개인 투자자는 정기예금과 펀드도 해약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은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선 3월 한 달에만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전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ㆍ외 주식형펀드에서도 2467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연초 9조원에서 4월 말 현재 1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성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3월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정기예금이나 펀드를 해약해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자칫 손실을 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에도 개인 매매는 천정부지로 쌓이고 있다.
3월 말 1조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했던 개인 투자자는 전달 말 3366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 주문 건수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3월 말 78%에서 4월 말 82%로 4%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개인이 변제를 위해 대거 매도에 나선다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증시에서 개인 비중이 급증했다는 것 자체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개인 매매는 초단기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골이 깊은 조정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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