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을 기점으로 SK진영, LG진영 등 통신업계의 합병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이 'KT-SK-LG' 3강 구도로 완전히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통신시장의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통신업계의 추가적인 합병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시장의 성장정체에서 탈출하고 컨버전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중장기 통신정책' 수립에 나섰다. 여기에는 시장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통신업체들의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판단, 관련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선과 무선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고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재 유선과 무선으로 사업자 업무가 나눠져 있는 것이 통신시장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KT·KTF 합병과 같이 앞으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의 합병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통위는 지난해 KISDI에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이라는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KISDI는 14일 이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사업자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염용섭 KISDI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이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날 주제 발표에는 해외 통신시장의 성공적인 M&A 사례와 함께 통신규제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하고 무선망 개방 등을 통해 통신시장의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신업계의 M&A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컨버전스 시대에 따라 KT-KTF 합병에 이어 향후 3~5년 이내 통신업계의 추가 합병이 이뤄져 'KT-SK-LG'의 3강 구도가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KISDI는 공청회 이후 중장기 통신정책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방통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연내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을 확정해 단계적으로 시행에 착수할 방침이다.
공청회에는 박대수 KT 상무, 하성호 SK텔레콤 상무, 김형곤 LG텔레콤 상무 등 M&A에 주축이 되는 통신사업자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김용규 한양대 교수, 오정석 서울대 교수 등 학계 관계자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최동진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다.
이에 대해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업계의 M&A를 주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해외시장의 성공적인 M&A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 조치가 필요하다면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신시장의 추가적인 합병은 기존 사업자의 규모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그동안 방통위가 외쳐온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경쟁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KTF 합병으로 통신시장이 KT와 SK 양강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통신시장의 M&A가 확대될 경우 신규사업자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거대통신사들만 유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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