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받지 않기 위해 손자 장난감 옆에 보관"
"싸구려 테이프에 녹음...가족들에게도 비밀"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전후한 중국 권력심장부의 막후 세계를 증언한 자신의 육성 테이프를 손자의 장난감 옆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다. 그래서 이 테이프가 발각되지 않고 외부로 유출돼 회고록 형태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1989년 중국 톈안먼 학생민주화 시위 당시 온건노선을 펼치다 실각한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국가의 죄수'(The Prisoner of the State)가 지난 14일 출판돼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자오쯔양이 30개나 되는 육성 테이프를 어떻게 보관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국가의 죄수' 영문판 서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자오쯔양의 생존 당시 그의 육성 테이프를 몰래 외부로 반출한 자오쯔양의 지인 3명 가운데 한 명인 언론인 아디 이그나티우스는 '국가의 죄수' 서문에서 자오쯔양이 30개나 되는 테이프를 어떻게 보관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그나티우스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대표편집장을 지낸 저명한 언론인으로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그나티우스는 자오쯔양이 육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일부러 서재의 평범한 장소에 놓아두었고 때문에 가족들도 테이프의 존재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자오쯔양은 의도적으로 어린이용 동요와 경극 테이프 등 싸구려 카세트테이프에 자신의 육성을 녹음했다"면서 자오쯔양의 육성 녹음테이프 겉면에는 연필로 희미하게 번호가 매겨져 있을 뿐 제목이나 어떤 메모도 쓰여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오쯔양을 24시간 그림자처럼 밀착 감시했던 요원까지도 손자들의 장난감 옆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던 테이프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설명했다.
자오쯔양은 이 테이프들을 외부로 반출할 때도 믿을 만한 지인들에게 분산해 나눠주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고 한다.
자오쯔양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는 한 개당 60분 분량으로 모두 30개에 달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자오쯔양은 테이프가 분실되거나 압수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분산해 유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자오쯔양의 사후 그의 육성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던 지인들은 테이프들을 한 곳에 모아 녹취록을 만드는 복잡하고 은밀한 작업을 개시했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소개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여러 정황증거와 관련 내용으로 볼 때 이 테이프들은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자오쯔양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육성을 녹음했으며 그는 가족들에게까지 녹음테이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이그나티우스는 전했다.
친지들에게 전달된 녹음테이프들은 원본은 아니며, 원본들은 나중에 그의 서재에 있던 손자들의 장난감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쯔양의 육성 테이프에는 텐안먼 사태와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해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에 관한 비화가 담겨있다.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결정한 덩샤오핑에 반기를 들었다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가택연금 생활을 하다 2005년 1월 사망한 비운의 정치가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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