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면 인력 감축에 나섰던 기업들은 다시 채용 문제로 고민하게 마련이다. 경기 회복기의 과실을 하나라도 더 얻으려면 경쟁사보다 먼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인력 채용 방식은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아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호(5월호)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 및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 임원 헤드헌팅 업체를 상대로 실시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스타 인재의 이탈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체계적인 채용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보통 공석이 나야 인력 채용에 나선다.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만큼 채용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뷰에 응한 CEO들도 향후 3년간 매출 전망치는 훤히 꿰고 있었지만 같은 기간 핵심 임원진의 수와 구성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채용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유능한 인재일 수록 이직 확률이 높은 만큼 적어도 2~3년마다 기업의 미래 전략을 토대로 핵심 임원진의 구성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HBR은 조언했다. 이 때는 향후 조직 구조 개편 계획을 바탕으로 새로 요구되는 리더십을 감안해 '언제쯤 어느 부문에 몇 명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게 좋다.
향후 2~3년간의 채용 밑그림이 그려졌다면 해당 직무에 걸맞는 리더십 역량이 무엇인지를 세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채용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리더십 역량 모델(leadership competency model)에는 전략적 사고력과 업무 추진력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 문제는 이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기준보다는 직무 특성에 맞는 리더십을 구체화해 가장 적합한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게 지름길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인재풀을 구성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물이 커야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교육기관인 창조적리더십센터(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 따르면 CEO가 임직원을 뽑는 경우 4번 중 1번꼴로 채용 후보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그물은 작더라도 촘촘하게 짜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내외부 인사를 막론하고 납품업체와 소비자 이사회 전문기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재풀을 채울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있는 신입이나 전직 임직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HBR은 강조했다.
이제는 본격적인 채용과정에 들어설 차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채용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일이다. HBR은 채용 후보자를 상대로 행동사건면접(BEI·Behavioral Event Interview)을 실시하라고 조언했다. BEI는 면접 대상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장차 이들의 상사가 될 직원과 그 위 상사, 인사 담당자 등이 참여하게 된다.
HBR은 이 때 후보자들에게 전 직장에서 주어진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을 묘사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과거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평가 자료 등을 근거로 다면 평가를 거치게 된다.
채용 후보자를 결정했다고 긴장을 풀면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르고 걸러 뽑은 인재지만 이들 중 최소 20%는 최종 계약 단계에서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금전적 보상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뭔가 특별한 게 필요하다고 HBR은 지적했다.
일례로 기업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는 CEO의 강력한 메시지도 채용 대상자에게는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부하 직원을 새로 맞을 임원도 채용 대상자와 그가 맡을 업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장인 60~75%가 직장에서 받는 최악의 스트레스는 상사로 인한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는 데 이로 인한 생산력 저하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대상자의 이탈을 막으려고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켜도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제안을 할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객관적으로 알려줬을 때가 좋은 점만 강조했을 때보다 수락률이 더 높았다.
새 식구를 맞았다면 그가 새 조직 문화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최근 2년 사이 자리를 옮긴 신규 임원의 40%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2년 내에 다시 회사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이직 초기에는 상사와 인사 담당자의 정기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스타급 임원을 멘토로 붙여주는 것이 신입 임직원의 성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HBR은 강조했다.
하지만 정기 평가 결과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거나 잘못 채용했다고 판단되면 1년 안에 해고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경우엔 물론 채용 과정의 문제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