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 - 학교가 나서야 한다. (2)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5-20 09: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초등학교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방과후수업’의 질도 문제다. 방과후수업의 품질을 100% 신뢰할 수 있다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의 유혹으로부터 확실하게 멀어질 수 있지만, 방과후수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방과후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가 크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나 교육청이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실정이라면 이는 전시행정일 뿐이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사교육비 지출에 이은 추가 지출일 수밖에 없다.

학원을 운영하려면 교실 등 공간이 있어야 하고 광고/홍보비를 비롯, 전기세, 통신비 등 부대 경비가 지출되어야 한다. 학원 강사도 고정급 보다는 학원 원장과 학원비 나눠 먹기 식으로 고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과후수업에서는 학교가 교실 등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기타 경비도 학교에서 부담한다. 강사로서는 투입되는 원가도 없고, 추가 경비의 투입도 필요치 않고 없고, 나눠먹어야 할 원장도 없어 저렴한 교육비로 비슷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학부모로서야 저렴한 비용으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으니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과후수업의 커리큘럼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 개의 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원어민 영어를 비롯하여 논술, 수학은 물론 바둑, 체스, 장기, 한문... 심지어는 태권도까지 웬만한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다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원을 다닌다. 왜 그럴까.

첫째는 강사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 문제다. 학원에서는 막대한 광고/홍보비를 투입하여 신뢰도를 상승시키지만 방과후수업은 그럴 수도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둘째는 커리큘럼의 분산화다. 일부 과목에는 아이들이 몰리고, 일부 과목은 외면당하고 있다. 일례로 간혹 외국인 원어민을 강사로 채용하면 인기는 폭발한다. 그러나 다른 과목에는 손님(?)이 없다. 이러니 교과목이 연결되지 못하고 공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월, 수, 금요일 오후 4시에 인기수업이 배치되면 그 시간까지 아이들은 학교나 집에서 소일하거나 그 시간을 위해서 또 다른 학원을 다녀야 한다. 그래서 방과후수업에도 종합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수요자 중심의 커리큘럼 형성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방과후수업 시간표를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이유도 많다.

해법은 간단하다.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면 된다. 방과후수업의 수요자는 학부모다. 방과후수업을 종합반, 단과반 식으로 나누고 종합반이든 단과반이든 커리큘럼 편성 자체를 학부모에게 맡기면 된다. 학부모들에게 시간표를 짜게 하고 학교는 최상의 강사를 섭외, 공급하면 된다. 종합반의 경우, 영어원어민 수업을 비롯하여 아이들의 체력을 위해서 태권도나 유도를 넣을 수도 있고, 아이들의 문화적 소양을 위하여 미술전시회나 음악회, 영화 관람도 포함할 수 있다.

학부모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어 학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면 간단하다. 선생님은 도움 말씀만 주시면 된다.

이렇게 해서 학교에서 오후 5~6시까지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으로 아이들을 돌보아 준다면 맞벌이 부부는 물론 전업주부까지 사교육으로 아이들을 내 몰 이유가 없다.

물론 학원만큼은 아니겠지만 방과후수업도 돈은 든다. 특히 종합반의 경우, 늘어나는 시간만큼 돈이 든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 부분의 예산만 조금 지원해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와 학부모, 사회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와 교육관계자의 인식전환이다. 수요자인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려면 학교는 학부모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

정광용 선진코리아국민연합 공동대표(시사평론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