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800조 원이 넘는 단기자금이 풀리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와 부동산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친인척 명의까지 동원해 공모주에 청약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 열기 `꿈틀'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강남의 한 부동산업체를 소개받았다. 이 업체 사장은 "요즘 강남 부자들이 재개발 지역이나 성남 등에 몰리고 있다"고 귀뜸한 뒤 A씨를 바로 차에 태워 옥수동 등의 재개발 투자처로 데리고 갔다. A씨는 "그 뒤로 부동산업체 사장이 이틀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와 투자를 권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지역의 아파트(85㎡)를 보유한 B씨도 최근 부동산 업체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집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부동산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팔 생각이 있느냐고 문의해온다"며"그때마다 가격을 높이 불러 최근에는 작년 말보다 1억5천만원 이상 올라갔다"고 전했다.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면서 부동산 투자 열기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올해 4월까지 강남, 분당, 목동 등 일부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작년 말에는 환차익을 노린 해외교포나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주로 매수했는데, 최근에는 강남권 진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4월 중순부터는 다시 관망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송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금융위기 수준까지 회복돼 주공 5단지는 지난 4월 83㎡가 13억원 대에 거래됐다. 작년 말 9억1천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4억 원 가량 다시 오른 셈이다.
최근 인천 청라.송도지구의 청약열풍을 보면 불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청라지구 한화꿈에그린, 호반 베르디움, 송도지구의 포스코 더샵 하버뷰II는 최고 2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 마감됐다.
◇경매시장도 들썩
경매시장도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빌라 경매에는 53명의 응찰자가 몰렸으며 감정평가액 1억 원을 훌쩍 넘긴 1억3천720만 원에 낙찰됐다.
또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모 빌라도 평가액이 8천만 원이지만, 배 이상 많은 2억300만 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253%를 기록했다.
이달 1~15일 서울 및 경기지역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입찰 경쟁률이 각각 8대1, 7대1이고 평균 낙찰가율이 83%와 89%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매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보여준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그동안 빌라 가격이 많이 내려갔는데 재건축, 재개발이 살아나면서 해당 지역의 알짜 경매물건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실수요자라기보다 주로 투자 목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이 살아나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경락잔금대출을 찾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경락잔금대출이란 금융기관이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잔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경매물건이 쏟아지면서 지난달부터 경락잔금대출 영업을 재개했다"며 "이달 들어 콜센터를 통해 대출 문의가 하루 10여통 정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도 후끈
서울 상계동에 사는 C씨는 얼마전 처음으로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했다. 시가보다 30%나 싸게 발행됐다는 하이닉스 유상증자에 1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 평소 은행 적금 등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던 보수적 성향의 K씨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투자였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공모주 청약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 기준 신규 상장을 위한 22개 공모주 청약에 몰려든 청약증거금이 13조 원 가량에 달했다. 이 가운데 11조 원은 4~5월 청약 공모주에 몰린 자금이다.
뷰웍스, 에이테크솔루션, 티플랙스, 흥국 등의 신규 상장 주식의 공모 청약 경쟁률은 1천대 1을 넘어섰다. 뷰웍스, 우림기계, STX엔파코, 중국원양자원, 서울마린 등의 공모주 청약 당시 몰려든 증거금도 각각 1조 원대에 달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신규 상장 주식이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심리를 갖고 공모주시장에 몰리고 있다"며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1천대 1을 기록한 것은 강세장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단 1주라도 더 배정받기위해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 H증권 모 지점에서는 40대 후반 한 주부가 25명의 가족.친인척 명의로 청약에 참여했다. 그가 가져온 서류가 가방 하나에 가득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자금이 몰렸던 회사채 시장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의 소매채권 판매액은 올해 1월 6천135억 원에서 2월과 3월 7천238억 원과 8천447억 원으로 늘었지만 지난달 6천339억 원으로 감소했고 이달에는 19일 현재 2천138억 원으로 줄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2월 2천428억 원에서 3월과 4월 4천170억 원과 4천453억 원으로 늘었지만 이달에는 19일 현재 1천43억 원에 머물고 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와 같은 위기 대비용 자금 조달이 줄어들면서 회사채 발행이 감소했고, 경기 악화 여파로 회사채 시장으로 대피했던 부동산 투자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소매채권 매수세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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