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유동성 과잉' 시각 엇갈려..연구기관들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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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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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단기자금이 81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유동성 환수와 관련해 당국간, 연구기관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는 과잉 유동성 환수에 소극적인 데 반해 물가를 중시하는 한국은행은 환수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회복이 본격화 되기 전이라도 통화량 환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너무 시기가 이르다"며 정부 편을 들고 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유동성 확대 기조 유지해야"

19일 본지와 인터뷰를 실시한 경제전문가들 대부분은 현 시점에서의 유동성 환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금리를 내려도 총통화(M2)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어정쩡하게 올리면 M2의 하락폭이 M1(본원통화)보다 더 커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노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금리를 내려도 총수요 압력이 작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돈이 늘어났다고 해서 투자나 소비가 늘어나는 힘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동수 동양종합금융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도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본원통화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시중 유동성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통화 속도가 빠르지 않고 통화 승수도 낮다"며 통화정책 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팀장은 "현 시점에서 (긴축 통화 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채권 시장이나 금리 상승이 빨라질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출구전략'을 준비해야하겠지만 당장 통화정책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경기를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재정부가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민간 전문가들은 모두 통화정책 변화 시기를 '4분기 이후'로 꼽았다. 성장이 플로스로 돌아선 이후에서야 통화정책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정부의 시각과 거의 일치한다.

전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유동성은 M1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M2를 보면 그렇게 늘지 않고 있다"며 "또 전체적인 시중 유통 속도를 보면 떨어지고 있어 돈이 아직 제대로 돌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단기 유동성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단기 유동 자금이 많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아직은 유동성이 실물부분으로 좀 더 투입되는 것이 과제"라고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을 명확히 했다.

실제 현재 총통화(M2)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4.5%의 증가율을 보이던 것이 올해 1월부터는 11%로 낮아진 후 비슷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GDP 성장률의 하락폭이 워낙 커서 통화유통속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표-1>   

◆한국은행, KDI "경기보다 빨리 통화정책 전환해야"

정부와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물가 조절을 제1의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통화정책을 좀더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KDI는 지난 13일 경제 정책 제안에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이전이라도 유동성 공급의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며 "KDI가 전망하는 성장 기준으로 하면 4분기 말쯤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DI의 성장 전망치(-2.4%)는 정부(-1.9%)보다 연평균 0.4%포인트 낮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의 전망치는 정부와 각각 0.7%포인트, 0.5%포인트 차이가 난다. <표-2 참조>

KDI는 "실제 경제 회복 모습이 정부의 성장 전망대로 간다면 통화정책 전환 시기는 4분기보다 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유동성을 환수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재천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9일 "이번 금융위기 파급 과정에서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 외에도 비정통적인 정책수단들이 동원됐다"며 "앞으로 경제상황 전개에 발맞춰 이런 정책기조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릴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당국인 한은에서 현시점에서 유동성 환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언급함으로써 향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정부와 적절한 유동성 규모를 두고 엇갈린 시각차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KDI와 정부가 통화량 감축에 있어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일방적인 통화정책 기조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원 이보람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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