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판결로 존엄사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해결책까지 마련된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우리사회의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엄사 인정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존엄사는 환자가 자발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고 의료기술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 중 일부를 중단시켜 생명연장을 끊는 일종의 소극적 안락사를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환자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 가족 중 일부가 병원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병원이나 담당 주치의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따라 의사들은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보호자 측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존엄사를 공식 인정해주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의사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즉, 존엄사에 대해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확실한 면책사유를 인정받은 셈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식물인간에게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 존엄을 해치게 되므로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존엄사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대법원 판결로 존엄사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해결책까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전문가들이 나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임종환자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생명은 본인 외에는 가족, 보호자라하더라도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인간사회의 절대절명의 가치다.
이에따라 의료계는 존엄사 인정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만들고 이를 엄격히 지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였던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비해 이미 자체적인 존엄사 인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와관련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존엄사와 관련된 환자의 상태를 모두 3단계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나왔지만 앞으로 존엄사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서 하루빨리 세부적인 존엄사 인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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