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미소띈 모습으로 봉하마을 방문객들을 맞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 부엉이가 사느냐?"는 말을 남기고 싸늘한 주검이 됐다. 살아남은 자들의 애통한 울음소리가 마을 전체를 에워쌌고 마을회관 스피커에서는 '솔아 솔아 푸르른솔아' 등 느린 곡조의 진혼곡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렇게 가시다니…” 한 주민은 참았던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렸다.
어릴 적 누구보다 밝고 활기찼던 대통령. 나이는 어렸지만 언제나 대장이었던 대통령이 영원히 떠났다.
“놀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때론 마을 앞 참외밭에 들어가 몰래 서리를 하다가 들켜 같이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큰 뜻을 품고 마을을 떠났는데… 못다한 꿈을 마을에서 이루려 했는데… 끝내 이렇게 가시다니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듭니다”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그는 학창 시절 손에 손을 잡고 읍내 학교를 같이 다니고 뛰놀던 시간을 기억하며 자꾸 눈물을 흘렸다.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잔혹하고 힘들다. 한 시민은 대통령의 사진 액자를 가슴에 들고 부엉이 바위 근처에 쳐진 폴리스 라인을 한동안 떠나지 않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추모객 김영미 씨(36)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23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숨을 거뒀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서도 눈물의 통곡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 듯 침통했다. 일부는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훔쳤다.
대학원생 김모(28)씨는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정치적인 역정부터 특유의 선한 웃음과 사투리 섞인 구수한 말투까지 모든 것이 화제가 됐고 안타까운 추억이 되고 말았다”며 슬퍼했다.
대통령은 “슬퍼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남겨진 자들은 슬픔을 이겨낼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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