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 모델 따라하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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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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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이 모델로 삼았던 미국 투자은행(IB)이 금융위기로 줄줄이 무너지면서 국내 IB 육성 방안도 전격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투자은행이 기대를 밑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놓자 IB 모델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투자은행은 7000억~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가지고 다양한 영역에서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예금을 대출해 마진을 챙기는 국내 상업은행과 미국 투자은행은 하는 일이 다르다.

투자은행은 증권시장에서 주식ㆍ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기업가치가 1억원으로 평가되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은행이 이 회사 주식을 9000만원에 일괄 인수해 시장에서 파는 식이다.

이는 타인 자본을 운용해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문제는 2000년 들어 자기 돈을 들여 위험하지만 수익이 큰 기업 인수ㆍ합병(M&A), 사모펀드, 프로젝트 파이낸싱, 헤지펀드까지 손을 대면서부터 비롯됐다. 이를 자기자본투자(PI)라고 한다.

타인 자본을 운용할 땐 실패해도 수수료를 못 받는 데 그치지만 자기자본투자는 잘못될 경우 직접 손실을 떠안야야 한다.

물론 금융위기 전까지 투자은행은 전세계적인 IB 시장 호황 덕분에 고수익을 누리며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당시 투자은행은 자기자본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일제히 기업공개에 나서 자본을 키웠다.

그러나 IB 불패 신화도 금융위기로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미국 투자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은 현재 IB 영업 행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에 16억6000만 달러 흑자를 냈지만 자기자본투자로 15억 달러 손실을 냈다. 이를 만회한 것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채권ㆍ통화 부문이다.

모건스탠리는 1분기에 5억78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자기자본투자에서 낸 손실만 11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역시 일반 금융상품이 이런 손실 규모를 줄였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형 투자은행이 자기자본투자에 실패하면 구제금융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미국에서도 전체 금융시스템을 파괴할 만한 도박은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자기자본투자를 제외하면 투자은행이 지금처럼 거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며 "이 때문에 1조 달러를 넘어서는 투자은행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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