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노제]검은 물결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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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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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지키기 위한 행렬이 끝이 없다. 점심식사를 잊은 직장인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서울 세종로 일대는 검은 물결 그 자체였다.

29일 오전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모인 서울광장에 도착해 노제를 지냈다.

고인을 추모하려는 인파들은 경건한 자세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노제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는 “바보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 한다”는 말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맞이했다.

김 씨는 “노 전 대통령은 몇 줄 짧은 글을 남기고 가셨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했지만 우리가 신세를 졌다”면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하셨지만 앞으로 받을 고통이 더 크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하셨지만 우리가 기꺼이 나눠드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명이라 하셨는데 이 운명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작은 비석만 남기라 하셨는데 우리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큰 비석 잊지 않고 세우겠다”고 말했다.

가수 안치환씨가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등을, YB(윤도현 밴드)가 추모곡으로 ‘후회없어’를 부르자 시민들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양희은도 ‘상록수’를 열창하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상록수’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기간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노래로, 수십만명의 추모객들은 ‘상록수’를 따라 부르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도종환 시인이 제관을 맡아 이어진 노제는 여는마당, 안도현·김진경 시인의 조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 진혼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안도현 시인은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라는 제목의 추도시에서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아아, 노무현 당신!”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서울광장에서 국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께 경기도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봉하마을로 돌아가 봉화산 정토원에 임시 안치된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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