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1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전망인 가운데 GM의 몰락이 가져올 미 자동차시장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1일자 최신호에서 미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GM과 크라이슬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을 전하면서 "크라이슬러와 GM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작지만 좀 더 민첩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청산보다는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새롭게 탄생할 GM과 크라이슬러의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자동차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경쟁 심화다.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30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자동차 판매 실적은 평균 30%나 줄었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에서 지난해 9000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됐지만 이 중 3500만대가 여전히 주인을 차지 못한 상황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위기를 틈타 해외 경쟁업체들의 미국시장 쟁탈전도 심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향후 5년 동안 미국시장에서 매년 약 60개의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차와 독일의 폭스바겐은 미국 내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고 일본 도요타 역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현재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카 생산라인을 갖춘 미시시피공장에 새로운 모델을 위한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추락한 기업 이미지도 문제다. 양사는 최근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격적인 리베이트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미 정부도 보증을 통해 고객들을 불안감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민들 사이에서 GM과 크라이슬러는 외국차에 비해 촌스럽고 성능이 달린다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컨설팅업체인 레퓨테이션스인스티튜트가 최근 7만명의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세계 600대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GM은 올해 업계 꼴찌에 가까운 일본의 마쯔다나 러시아의 아브토바즈보다 조금 높은 점수를 받아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GM이 기아, 포드, 피아트보다 좋은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던 것과 상반된다.
특히 19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Y세대 사이에서 GM이나 크라이슬러에 대한 이미지는 형편 없을 정도다.
덴 고렐 자동차 산업 컨설턴트는 "한 때 빅3로 불리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주름잡던 GM 크라이슬러 포드는 Y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이 전무했다"며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산 차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연비규제 강화안도 이들 자동차업계의 생존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안에 따르면 자동차업체들은 오는 2016년까지 평균 연비를 ℓ당 15㎞ 이상으로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분의 1 가량 줄여야 한다.
GM과 크라이슬러는 당분간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중대형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러티 차량(SUV)의 판매를 통해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의 강화된 기준에 부응하려면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GM 추산으로는 새 연비기준이 시행되면 미국 전체 자동차업계에 최소 100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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