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의 '빅3' 신화를 이끌어 왔던 제너럴모터스(GM)이 오늘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당분간 GM은 미국 정부주도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추가 공적자금 수혈을 통해 정부 지분이 72.5%에 달하는 국영회사인 뉴GM(가칭)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맥박(Heartbeat of America)'을 표방하던 GM이 대형 세단과 트럭 위주의 생산라인에 안주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해 주요 고객층이던 베이비 붐머 세대들과 함께 100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1908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마차제조업에서 시작한 GM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대형트럭을 기반으로 업계를 이끌었다. 1979년 스포츠카로 미국 전역에만 61만800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로 거듭났다. 이후 1980년대 '미국의 맥박'이라는 광고문구로 탄생한 '시보레' 모델로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혼다와 도요타 등의 일본자동차 업체를 위시로 외국자동차 업계가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미국인들의 GM 자동차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자동차가 정비가 필요없을 만큼 완벽한 성능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안 GM은 대형픽업트럭과 SUV 모델 개발에 집중하며 앞으로 다가올 경기침체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GM의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실제 GM은 대형자동차 부문에서 큰 수익을 내며 1997년 67억 달러의 사상 최고 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대형트럭과 SUV부문의 대부분의 수익이 퇴직자연금보험 및 건강보험 보조금으로 빠져 나가며 신차모델 개발을 소홀히 한 것 역시 GM이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게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 새로운 소비계층에게 어필할 만한 마케팅 또한 부족했다.
GM은 새로운 소비층인 Y세대가 선호하는 연비효율이 높은 소형차보다는 대형차 위주의 '올드'마케팅으로 베이붐 세대들에게 의존했다. 특히 GM의 '올즈모빌'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평균 연령은 2003년 50세를 넘기까지 했고 2008년 '뷰익 세단' 모델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66세에 달했다. GM이 출시하는 새로운 모델들 역시 신세대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다반사였다.
GM의 위기대처 전략 또한 문제로 꼽혔다. GM은 위기를 맞았을 때 마다 팔리지 않는 차를 생산하는 공장의 문을 닫아 버리는 방식을 고집하며 현재 파산의 길로 치달아 12개에 달하는 브랜드는 사라지거나 매각될 형편에 처해진 것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유가가 급등해 일본 및 한국의 고연비 차량이 미국 소비자들을 유혹할 때 GM은 시장을 방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2001년부터 2007년 동안 6%가 감소했지만 소형차는 오히려 24%가 늘었다. 이 기간 GM도 전체 판매의 12.8%에 불과했던 소형차 판매 비중을 18.4%까지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