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업계 ‘지존’ GM이 파산보호신청(기업회생절차)을 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무주공산’인 미국 시장이 유럽과 아시아 메이커들의 각축장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도 세계 자동차 시장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사실상 세계 시장이 경쟁 구도로 돌아선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만으로는 파워게임에서 승산이 없다. 최근 쌍용차 평택공장 폐쇄와 GM대우 위기가 더해지면서 시장 재편이라는 ‘빅뱅’이 거론되는 이유다.
시장 재편 시나리오의 골자는 쌍용차와 GM대우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과 삼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일본 ‘빅3’(도요타·혼다·닛산)가 삼각편대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듯 국내 업계도 탄탄한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해외 업체들과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 재편 시나리오가 가능한 이유는 GM대우와 쌍용차의 라인업이 겹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GM대우는 중소형차가 주축이다. 쌍용차는 SUV와 대형 승용차만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라인업에서 빈자리를 상호 보완하는 ‘환상적’인 조합이 가능하다. 이 점이 두 회사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나 모기업 파산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인 두 회사 모두 산업은행의 지배권 아래 놓일 공산이 크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입장에서는 개별 매각 보다 두 회사를 통합해 매각하는 게 이득이다.
달리보면 세계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정부는 올해 초 시장 재편 시나리오에서 2곳 정도를 퇴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GM대우와 SUV 전문 업체로서 벤츠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형 승용차인 체어맨을 보유한 쌍용차가 합쳐진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M&A 대상이 된다. 별개로 매수 주체를 찾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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