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공식 한국어 교육기관인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어학당은 128개국 7만1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한국어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다.
한국어학당은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959년 4월 1일 설립됐다. 교회 등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학에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기관을 설립한 것은 처음이었다.
교수들은 밤을 새워 교재를 만들고 한국어 교수법을 고민하며 한국어 교육의 기초를 닦았다.
창립 당시 7명의 교사가 미국과 호주, 영국 등에서 온 24명의 선교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해 지금은 해마다 75개국에서 6600여 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한국어학당으로 우리말을 배우러 온 학생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이웃나라 일본으로 2만519명의 일본인과 9959명의 재일동포 학생들이 한국어학당을 거쳐갔다. 이어 미국(1만7295명), 중국(6853명) 등의 순이었다.
한국어학당은 설립 후 50년 동안 단순히 한국어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외교사절을 길러내는 역할도 맡아왔다.
초기에는 외국인 선교사와 외교관, 언론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 한국은 물론 연세대학교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이후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해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한국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어학당을 거쳐 간 주요 졸업생으로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으로 내정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있다. 양우영 하버드대 공학 응용과학 교수와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실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제인 포털(영국)씨도 한국어학당 동문이다.
이밖에도 강상중 도쿄대 교수, 요시무라 야스오 주한 일본영사, 이토 료지 NHK 한국지사장, 케빈 오론 경희대 명예교수 등도 한국어학당에서 우리말을 익혔다.
연세대는 지난달 22일 한국어학당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서상규 언어연구교육원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어로 세계를 여는 한국어학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도 축사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수준의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미래의 50년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한 나라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50년간 한국어학당이 이뤄낸 성과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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