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분 아파트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 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이 미분양분이 추가로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통상 한 군데에서 분양이 성공하면 인근 지역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여오던 관행도 이젠 '옛말'이 됐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이달 19일 의왕 내손동 포일지구 프라자빌라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우미린'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를 3년 전 관리처분 당시보다 3.3㎡당 최고 50만원 가량 내렸다.
이 아파트 109㎡의 경우 2006년 관리처분 당시 3.3㎡당 1천430만원, 168㎡는 1천460만원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이번에 각각 1천38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한 달 전 바로 인근에서 분양한 의왕 내손 래미안 에버하임의 동일 주택형 분양가(3.3㎡당 1천400만-1천500만원대)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삼성 에버하임은 지난 달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앞세워 의왕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고, 계약률도 높았는데 이보다 더 낮춘 것이다.
GS건설은 올 9월께 분양하는 의왕시 내손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포일 자이'의 일반분양가를 래미안 에버하임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조합 측과 협의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청약시장이 연초보다는 나아졌지만 언제 다시 위축될 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중대형은 분양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적정 분양가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첫 분양에 들어가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분양가도 낮아졌다.
우미건설이 17일 1순위 청약을 받는 한강신도시 우미린의 분양가는 3.3㎡당 1천41만원으로 지난해 공급했던 우남퍼스트빌(3.3㎡당 1천67만원)보다 평균 27만원 싸다.
지난 달 초 청라지구에서 분양했던 한화꿈에그린 역시 앞서 공급된 한라비발디의 분양성공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3.3㎡당 20만원 낮게 책정됐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올 들어 인천 청라나 송도의 분양 아파트가 인기를 끈 것은 앞서 분양한 비(非)상한제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3.3㎡당 200만원 이상 쌌기 때문"이라며 "가격을 높게 받아 미분양을 만드는 것보다는 수익을 낮춰서라도 빨리 털어버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분양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은 가격 인하폭이 더 크다.
금호건설은 이달 19일 공개청약을 받는 경북 구미시 남통동 '금호산 어울림'을 3.3㎡당 평균 480만원대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500만-6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100만원 이상 낮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2월 모델하우스 없이 진행되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이 이뤄진 뒤 이번에 가격 조정 후 다시 시장에 나와 신규 분양이나 다름없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책정했던 분양가(3.3㎡당 평균 590만원)에 비해서도 3.3㎡당 110만원을 내린 금액"이라며 "주변에 미분양이 쌓여 있어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 성공의 열쇠는 결국 수요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분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미분양에 혼쭐이 난 건설사의 가격 인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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