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국책 보증기관들의 재원이 소진되면서 중기 대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과 국책은행을 통한 중기 자금공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은행권 외화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통한 중기지원 점검 등 중기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재원이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것.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와 기보 등 국책 보증기관들은 중소기업 보증지원을 가속화하면서 보증재원의 90% 이상을 사용했다.
신보는 잔액기준으로 38조1000억원을 공급해 연 목표치인 38조4000억원에 근접했으며 기보 역시 15조7000억원을 공급해 목표인 17조10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보증재원 조기 소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심사와 평가가 배제된 무작위식 지원으로 정작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전반적으로 조기집행이 많았다"면서 "운전자금에 대한 보증 논란은 있지만 재원이 소진된다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우량 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남발했기 때문에 재원이 빠르게 소진됐다"면서 "하반기에는 지원 대상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부실 보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보증기관의 몸집 불리기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부실이 확산된다면 시스템적인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래서 나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을 파격적으로 조정하고 은행 자체적인 보증 비율을 키우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보증기관이 은행과 MOU를 체결해 위탁 보증 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현재 90~100%에 달하는 신보와 기보의 보증 비율을 80% 정도로 내리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보증재원 소진 논란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이 미리 반영돼 있는데다 해지 규모를 감안하면 재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6월 정도에 100%의 목표를 채우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퍼센트를 기준으로 한 일률적인 계산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에도 이미 목표의 100%를 넘어섰다"면서 "부도가 나서 보증이 빠질 수도 있고 대출 기간 종료나 보증 해지의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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