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주회사들이 한 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지주회사들은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과 금산분리 완화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내 11개 지주회사 임원들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지주회사에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68개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규제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에서 1년 이상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금산분리 등 지주회사에 불리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국내 지주회사 관련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저해하고, 투자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회사가 공정거래법 개정과 금산분리 완화 등의 이슈와 관련해 일반 지주회사들과 입장을 같이 하기는 어렵다.
지주회사가 보험과 증권 등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지주회사 계열 금융회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및 사모펀드 출자 한도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제조업체가 은행을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계열 은행의 한 임원은 "국내 금융지주회사들도 전경련 회원사이지만 이번 간담회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연합회나 금융투자협회 등 별도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있는 점이 일반 지주회사와 다르다"며 "이번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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