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개업계는 물론 건설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앞으로 기본적인 부동산 정책이 지금까지의 규제완화에서 규제강화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아직도 16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자칫 투자심리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어 미분양의 고착화는 물론 향후 분양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책은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총량 규제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강화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해 금융회사 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과열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위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사 관계자는 "당장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부동산 값 급등은 막겠다는 경고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만약 대출규제가 강화된다면 향후 분양시장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B사 관계자는 "16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주택이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국지적인 현상을 가지고 정책의 기조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사 관계자는 "대출을 다시 묶는 것은 일부지역에서의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경기흐름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다소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에서의 분양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국지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인 과열 양상을 잠재우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대출규제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인 만큼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화상(火傷)과 동상(冬傷)이 공존하는 어려운 시장으로 정책을 펴기가 사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총량규제가 됐든 DTI나 LTV가 됐든 규제가 이뤄진다면 하반기 분양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지금은 투자수요가 앞서고 그 뒤를 실수요자가 따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대출규제가 이뤄지면 그만큼 투자수요가 반감하는 만큼 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인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출을 규제해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강남3구 등 강남권에서의 약효는 많지 않고 전반적인 시장 흐름만 망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도 "대출규제는 자연스럽게 자그흐름 차단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나타면서 상승 분위기가 한층 꺾일 것"이라며 "DTI나 LTV를 규제한다고 해서 강남3구 상승 분위기가 쉽게 꺽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대표는 "강남 등 일부지역에 나타난 현상을 가지고 바로 규제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7~8월 비수기를 지쳐본 뒤에 판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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