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해외 수출입 물량 운송에 차질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고, 해운업계는 마땅한 자구안이 없어 애간장만 녹이고 있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형화주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인수'카드 만지작
대우로지스틱스는 현재 시황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원금 연장을 해준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는 대우로지스틱스 정상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대형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해운사들을 고사시킨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국토해양부 역시 해운업계의 입장을 고려, 난색을 표명했다.
포스코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출물량의 운송 차질이다. 현재 대우로지스틱스가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틸의 수출물량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자체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시급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우리는 물량의 안정적인 운송만 확보된다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포스코는 다른 해운사와 계약을 맺거나 외국 선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발만 '동동'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한국선주협회 임시총회에서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선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해운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우로지스틱스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스코 인수가 대형화주 해운업 진출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그룹 종합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는 최근 해운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전력 역시 선박구입을 통해 직접 물량을 운송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 일부에서는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제는 대형화주와 국적선사 사이의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의 경우처럼 대형화주가 일정 물량을 자국 선사들에게 할당하자는 것이다.
중견해운사 관계자는 "이 문제가 길어지면 해운업계에도 좋을 것이 없다"면서도 "정작 해운업계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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