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프리즘) 녹색열풍...그리고 돌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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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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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9일.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투자자들이 열광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나스닥이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이다.

IT 신화로 불리던 첨단기술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절정에 달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증시는 2000년초까지 비약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민태성 금융부 차장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앙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신경제의 축복'을 외치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신경제는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며 인류가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기대감은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없이 IT 열풍에 휩싸여 돈을 쏟아부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이 신경제 시대를 이끌고 있다며 의기양양했고 금융시장의 광기어린 움직임을 통제하기는커녕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했다. 그린스펀을 포함해 주요 정책 당국자들 역시 신경제를 찬양하기에 바빴다.

신경제 축복론은 머지 않아 무너졌다. 천정을 모르고 치솟던 증시는 대폭락했다.

나스닥은 5000선을 돌파한지 정확히 1년 뒤인 2001년 3월9일 2052.78을 기록했다. 1년 만에 반토막난 것이다. 검증 없는 '묻지마'식 투자가 결국 대참사를 불러왔다.

2009년 7월. 한국에는 녹색 열풍이 불고 있다. 나라 전체가 녹색으로 가득 찬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잡은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녹색산업 지원을 위해 '녹색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녹색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보증지원도 올해 2조8000억원에서 4년 뒤에는 7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연기금은 5000억원 규모의 녹색펀드를 조성하고 은행권은 녹색 정기예금과 녹색채권 발행을 할 수 있게 된다.

2011년까지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해 시범거래를 실시하고 개도국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도 설립된다. 그야말로 녹색산업을 위한 총체적인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녹색성장은 지구촌 전체의 화두다. 정부의 녹색산업 육성 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너도나도 녹색칠을 하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출현하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증시에서도 겉만 녹색인 기업들이 속도 녹색인 것처럼 속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녹색인증제를 도입하고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나서 과거 IT버블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녹색 거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녹색열풍 속에 우리나라가 이에 동조하고 앞서 나가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국가는 물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녹색열풍을 보며 10년 전 IT거품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려보라는 속담은 오히려 이럴 때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더군다나 국가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데 말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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