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자유선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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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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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과감한 매도의견을 내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각 기업의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주저않고 '매도'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다. 단, 분기별 혹은 연간 자료 수준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에서 보기 드물었던 매도의견이 앞으로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2일 현재 최근 3개월간 나온 애널리스트 보고서 3037건 중 매도 의견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미국이 리서치보고서의 70%를 매도 의견으로 내는 것과 비교할 때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항상 긍정적인 편. 

증권사는 수익구조상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서치보고서 말미에 보면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작성됐음을 확인하는 문구가 나와있지만, 실제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한창 이슈가 되고 있던 A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문의했더니 대뜸 기사화할거면 취재에 응하지 못 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A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 규모가 우려된다고 언급한 내용이 기사화되자 해당 업체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해 곤혹을 치뤘다는 것이다.

결국 증권사 이익추구의 한 수단인 리서치센터가 객관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리서치센터가 과감한 매도의견을 내기 위해선 외부의 힘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

가끔 애널리스트들에게 공식적인 하우스 의견 외에 개인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있다. 물론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얻어낸 후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때 애널리스트들은 어김없이 한숨부터 쉰다. 이제야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는  게 그들의 진심이다.

이번에 변화를 선언한 증권사는 아직 리서치센터의 독립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상태다. 매도의견을 쉽사리 낼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 다수가 의심하고 있는 이유다. 계획이 실행된다면 국내 증권사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겠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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