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 “무늬만 한국인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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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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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엔 한국인 대표로 공표, 실제론 본사 외국인 임원 “한국인 대표는 얼굴마담”“한국지사 영업사무소로 전락”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힌 외국계 IT기업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본사의 외국인 임원이 지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살펴본 결과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델코리아, 한국EMC, 시스코코리아, SAP코리아, 한국SAS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델코리아의 경우 지난 4월 김진수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지만,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아무 변동이 없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제임스 마크 메리트 델 북아시아 대표가 맡고 있다. 심지어 김진수 대표는 델코리아의 이사직에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미국인인 스티브 팰리스․자넷 바우 컴라이트(미국)가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말레이시아인인 애드리안 루유시앙이 감사직을 맡고 있다. 델코리아 고위 임원직에는 한국인이 한명도 없는 것이다.

국내 스토리지 1위 업체인 한국EMC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임명된 김경진 대표가 이사직에도 등재돼 있지 않다. 현재 이 회사의 대표는 폴 토마스 다시에 본사 법무대표다. 이사에는 미국인인 윌리암 제이튜버 주니어와 아일랜드인인 데니스 제라드 캐쉬먼이 임명돼 있다.

한국SAS는 외부로 공표된 조성식 대표가 아닌, 스웨덴인인 마그네미카엘 해그스트롬 SAS 아태·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총괄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2005년 2월부터 이사로만 등재돼 있다. 감사(아만다쉬 레이쥐)와 이사(데이빗 프레데릭 치틀리)는 각각 미국인과 호주인이다.

시스코코리아와 SAP코리아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국인 단독 대표 체제가 아닌 공동대표 체제다. 시스코코리아의 경우 에반 슬로베스 본사 법무담당 임원이 지난 6월 취임한 조범구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마크 고만 이사와 마이크 워드 감사도 각각 미국인과 영국인이다.

SAP코리아의 경우 지난 3월 취임한 형원준 대표와 호주인인 콜린 샘슨 본사 운영총괄책임자(COO)의 공동 운영체제다.

이처럼 외부로 밝힌 것과는 달리 본사 외국인 임원이 법적인 대표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본사 차원에서 모든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의 일환” “한국 사람이 단독 대표로 올라갈 경우 국내에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나가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국내IT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국내 정서상 외국인을 대표로 임명할 경우, 반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얼굴마담 형식으로 한국인 사장을 고용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엄밀히 말해 이 같은 행태는 신뢰성이 생명인 기업이 거짓말을 한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전세계 IT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안팎에 불과해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한국지사장의 경우, 영업권만 갖고 있고, 인사권은 아태지역 본부에서 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국지사가 영업사무소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상균 기자 philip16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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