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불편하기에 외면했던 진실,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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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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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 ‘노잉(Knowing)’의 종반부는 충격적이다. 태양의 흑점 폭발로 지구가 불바다가 되면서 인류와 함께 그 문명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물론 인류의 완전한 멸망은 아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화염이 지구에 도달하기 직전 메시아로부터 선택받은 두 남녀 어린이가 우주선에 태워져 또 다른 푸른 행성에 안착해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 달려가는 ‘지속 가능한 희망’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사람의 힘으로는 인류, 나아가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남자 주인공의 슬픈 눈망울은 필자의 망막과 뇌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 ‘노잉’은 인류가 지구의 종말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에 익숙한 관객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영웅들의 분투와 희생으로 인류가 계속 푸른 행성의 주인 자리를 지켜 나가는 기존 영화들의 공식을 여지없이 깨고 만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대부분 파격에서 오는 신선한 결말에 적잖이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하기야 내가 발 딛고 사는 곳이 한순간에 불바다가 된다는데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항거할 수 없는 지구의 종말은 단지 영화적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머리끝이 쭈뼛해짐을 느낄 것이다. 특히, 지구의 종말이 외계의 힘이 아닌, 바로 인류에 의해 비롯되고 또 가까워지고 있음을 점차 깨닫고 있기에 그 위기감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들이 대기층을 두텁게 하면서 대기를 탈출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야 할 적외선 복사 에너지가 갇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기와 바다의 온도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구촌은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육지와 바다에서 만년설과 빙하들이 사라지고 폭염과 가뭄, 강력한 폭풍이 지구촌을 할퀴고 있다. 인류의 변화된 소비 행태가 부추긴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북극의 빙하를 10년 주기로 9%씩 녹이고 있다. 지금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오래지 않아 플로리다, 상하이, 뉴욕 등 세계 각국 대도시의 40% 이상이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생명과 지구의 안위를 위협할 것이며, 이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평생의 생존 터전과 목숨까지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고 있지만 불편하기에 외면했던 진실을 이젠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공동의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믿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신재생 에너지 공급,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공학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행히 이제 지구촌은 온난화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대신 대체 에너지 및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에너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국 주요 도시의 시장들이 서울에 모여 저탄소 도시 건설을 공동의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할 첨병이 그동안 지구촌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렸던 건설산업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인가. 이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익사하거나 먹이를 찾아 마을 한가운데를 어슬렁거리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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