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GS그룹의 ‘동업자 정신’이 일부 우려에도 불구, 굳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두 그룹은 지난 2004년 그룹을 분리하며 서로의 주력사업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상호불가침’ 신사협정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 분야에서 GS그룹은 건설, 정유, 유통 쪽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재계 일부서 이 신사협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시발점은 지난 5월 GS가 종합상사 쌍용을 인수하면서부터다. LG 역시 LG상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GS가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함으로써 협정은 종료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사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뭘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워낙 다양한 사업을 해서 동종업계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GS가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LG와 직접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GS글로벌(前 쌍용)과 LG상사는 주력사업 자체가 다르다. GS글로벌은 철강/시멘트 무역이 주력인 반면, LG상사는 기계/전기/전자 무역업과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GS글로벌이 해외자원개발에 진출하며 LG상사와 겹칠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 특성상 오히려 상호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대부분 국내 공사, 기업이 뭉친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진다”며 “LG상사로선 오히려 ‘잠재적 동반자’를 얻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LG의 건설업 진출설(說)도 무색하게 될 전망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GS가 상호협정을 깼기 때문에 LG도 대우건설을 인수할 명분이 생겼다”며 인수설을 부추겨 왔다.
하지만 지난 2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못박고 “당분간 주력 사업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GS와 경쟁할 뜻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 밖에도 최근 LG, GS, LS 등 범(汎) LG그룹 사이에 일부 사업이 겹치고 있지만 이를 신사협정이 깨질 조짐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범 LG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비록 그룹은 나뉘었지만 여전히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깨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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