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합의된 세계 경기부양 전략 도출에 실패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세계 경기 상황과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출구 전략'과 '추가 부양'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출구전략-추가부양', 합의 실패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은 세계 경제는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며 출구 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맞섰다. 이들은 오히려 현재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보완을 촉구했다.
브라운 영국 총리는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와 보호주의, 높은 실업률이 허약한 경제를 더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확대가 잠재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열어뒀다.
G8 정상들은 결국 성명서 초안에 "출구 전략은 국가별 경제 상황과 재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원론 수준의 내용을 담는 데 그쳤다.
정상들은 또 초안에서 "우리(G8)는 G8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를 목격하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경제 및 금융 안정성을 해칠 상당한 리스크가 잔존해 있다"고 강조했다.
◇IMF도 "출구전략은 시기상조" =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세계 각국이 금융시스템 정상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제이 블랑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면서도 "각국 정책당국자들은 경제 및 금융위기에 대한 긴장의 고삐를 늦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소비의 부진이 예상 이상으로 장기화할 수 있다"며 "각국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MF는 그러나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1.9%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고성장이 기대되는 중국과 인도, 일본 경제의 재도약 기세가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IMF는 유럽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높였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독일 경제는 각각 0.3%, 0.6% 위축될 것이라고 점쳤다. 미국 경제 역시 세계 경제의 전체적인 성장세에 동참하지 못할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IMF는 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인 -1.3%에서 -1.4%로 낮췄다.
◇적정 국제유가는 70~80 달러 = G8 정상들은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원유의 적정가격이 배럴당 70~80 달러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나탈리아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적정 가격 유지를 위해 원유 생산업자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브라운 영국 총리는 원유시장을 좀 더 개방해 수요와 공급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유가는 올 들어 40% 이상 뛰었고 변동성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원유 선물시장의 변동성 확대 주범이 투기자본이라며 투기세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통해 원유 선물시장의 투기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상들은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G8 정상들은 다만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 기온을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2℃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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