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백과사전은 장마(rainy spell in summer)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양력 6, 7월에 많이 내리는 비를 장마라고 한다. 오호츠크해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뚜렷한 전선이 생기고,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만들어진 수렴 대를 장마전선이라 한다.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반도를 거쳐 북상하여 소멸된다. 고온다습한 열대기류가 들어와 지역적으로 집중호우를 내리며,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된다.”
장마철이다. 엊그제 온 나라가 물난리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빗줄기가 쉼 없이 내렸다. 도로는 흘러내린 토사로 막히고, 강은 물이 넘쳐 범람 직전으로 몰렸다. 저지대는 집들이 물에 잠겨 때 아닌 피난 생활을 해야 했다.
아랫사람 국민들의 고통이 심히 고약한데, 윗사람 위정자들의 정신에는 내리는 빗줄기도 피해가는 가 보다. 총리는 비정규직 고용을 2년으로 제한한 문제를 기업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였다.
최근에는 노동부마저 공기업 비정규직 계약해지 인력을 돌려막기 하겠다는 희한하기 그지없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불법이 아닌 편법의 하나라고 하지만 정부기관이 할 일은 아니다. 이것이야 말로 어처구니를 상실한 일이 아닌가? 어느 나리 누구의 노동부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속담에 ‘장마에 떠내려가면서도 가물 징조라 한다’는 말이 있다. 말인즉슨 ‘아무것도 모르면서 앞일을 예견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자신의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라는 뜻도 담겼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처구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어처구니들 틈바구니에서 서민들은 살아가기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망해가는 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반대를 무릅쓰는 넋 나간 이가 버티고 있으니 더해 무엇 할까?
대량해고에 앞서 살기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공권력은 이미 흉기로 변한지 오래다. 사측이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대로 말하고 움직인다. 노예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노예인 척 하며 노동자들을 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이달 1일 시작된 비정규직법에 대해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가 비정규직 사용 기간 폐지를 주장하면서, 법 시행으로 대량해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제5단체는 기업의 이익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무뇌아집단이다. 그런 단체라는 것은 결국 기업 외에 어떤 곳의 의견이나 제도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러나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뒤 비정규직을 스스로 줄이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려 꾸준히 이어졌다.
이런데도 경제단체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기업들을 대표한다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해고를 막고 정규직화 하도록 이끌어야 마땅하다. 거기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관련 기관에 시정을 요구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지만,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다. 경제단체가 진짜 할 일은 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장대비처럼 굵은 대못을 서민의 가슴에 내리꽂아서야 남아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