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결혼, '개인을 넘어 이제는 기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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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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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결혼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결혼활동이란 ‘결혼을 하기 위한 개인의 적극적인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일반 기업은 물론 공무원 사회도 직원 결혼문제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결혼정보회사와 업무제휴를 맺고 미팅파티를 여는 등 교제의 장을 마려해 주고 있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에는 공기업, 사기업이 따로 없음을 보여준다.

결혼은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법률혼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법률적 행위인 동시에 개인과 양가 집안,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결혼이 요즘은 과거와 양상이 많이 틀려졌다. 최근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혼율이 워낙 높다보니 소개나 중매 서는 것을 겁내한다. 운 좋게 술 석잔 얻어 마셨다가 얼마 후 뺨 석대에다가 평생 원망이란 덤터기가 두려워 아예 사람 소개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연애전선에 뛰어 들어보지만 상황이 팍팍하긴 매한가지다. 결혼 상대를 만나고 싶어도 기회가 가뭄에 콩 나듯 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만나기 어렵다. 또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만나야 할지 도무지 기회가 생기질 않는다.

호기심에 인터넷 만남사이트를 둘러보지만 신원을 믿을 수 없어 결혼상대를 찾기엔 왠지 찜찜하다.

이 정도는 미혼 싱글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고충이다. 혹시 기업 고충처리 부서에 있는 담당자들은 이런 고민에 휩싸인 미혼 직원이 있는지, 또 이 직원의 고민이 생산성과 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지난해 16개 시도에서 유일하게 결혼건수가 증가한 곳이 있다. 바로 울산인데 이유는 현대자동차 때문이란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한 대학에서 현대차 노조를 대상으로 결혼과 가정형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68.6%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현대차 노조원은 결혼해서 가정을 형성하는 것을 지극히 정상적인 삶으로 여기는 한편 ‘미혼=비정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이를 풀이하면 결혼을 통한 안정적 가정 형성이 현대차를 발전시키는 성장 동력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美 유력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에 대해 GM을 제치고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나타난 고릴라라고 평가했다.

이 평가를 접하면서 ‘현대차의 저력이 혹시 결혼으로 안정을 찾은 숙련된 근로자의 힘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말 일본생산성본부가 올 4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연수생 3172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약속이 있을 때 잔업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신입사원 83%가 ‘잔업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으로 1972년 조사 이래 최고 수치다. 성별로는 남성 79%, 여성은 88%였다.

생산성본부는 “불경기 영향으로 개인보다 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특히 여성에게서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불황이 노동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노동 강도를 높이고 삶의 질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가 점차 만혼,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높은 노동 강도 때문이다. 비혼, 만혼자들은 일하느라 이성과 교제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앞세운다.

우리나라의 노동 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가장 세다. 잘 나가던 혼인율이 지난해 감소세로 반전했다. 과거 IMF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 불황과 이에 따른 노동의 질 저하가 결혼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이러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내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적 고충을 해결해 직무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회사의 상담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 중 결혼지원프로그램(MAP)이란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미혼 직원의 결혼문제를 지원해 고충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결혼지원프로그램은 결혼정보업계 시각에서는 최상의 직원 복지라고 본다. 결혼을 위한 만남부터 교제방법, 청혼, 성혼까지 전문적인 상담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대 직장인들에게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은 효율의 집단이다. 효율성은 기업의 경쟁력이고 생존력이다. 한창 일할 직원이 결혼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고 가정하자. 기업 입장에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하고 무관심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고충해결에 나서는 것이 맞는가.

결혼은 이제 개인이 아닌 기업의 선택이 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주)레드힐스 김태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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