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갑작스런 해고 통보와 감봉 등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8월 3일자 최신호에서 미국 직장가정정책연구소(CWLP)가 지난 3개월간 잠재력이 커 상사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는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경기침체에 따른 회사의 재정난과 직원 해고 조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카렌 섬버그 CWLP 부사장은 "특히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도, 근로의욕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CWLP가 지난해 수행한 같은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95%가 고용주에 대해 강한 충성심을 나타냈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53%로 급감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몸 담아왔던 기업들이 돌연 해고를 감행함에 따라 회사에 대한 신뢰도 역시 지난해 79%에서 37%로 하락했다.
근로의욕도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응답자의 91%가 회사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지만 올해는 71%만이 적극성을 나타냈다.
기업들도 직장인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다만 직원들의 충성도 저하를 문제 삼을 뿐 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근로의욕이 감소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WLP는 기업들의 이런 반응은 직장인들에게 회사 생활은 생존의 수단이기 때문에 이들이 회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섬버그는 "사람들은 보통 정보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 데다 경영진들은 이를 더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며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없애려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정보를 접하자마자 상대방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고 덧붙였다.
섬버그는 아울러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들이 직원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영진들은 항상 사무실 문을 닫은 채 연락을 취하곤 하지만 이는 직원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섬버그는 보다 적극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제안했다.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헬스트레이너를 회사로 불러들여 직원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야외에서 도시락 점심 식사를 즐기도록 하는 것 등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활동은 직원들의 기분전환은 물론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직원들의 일에 대한 집중도가 커져 회사의 이익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집중하면 할 수록 회사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만족감은 커진다.
섬버그는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의사소통 채널이 확대되면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의견차이나 오해가 발생할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의사소통은 해고 대상에 오른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해고로 인해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은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해고 직원과의 관계를 원할하게 유지해 줄 뿐 아니라 해고 당사자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례로 해고 대상자들을 위한 직업 소개소를 구축하면 일자리 알선을 통해 갑작스런 신변의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여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섬버그는 경영진들이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와의 직접 대면은 경영진들이 고객들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돼 회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잘 돌아갈 수록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커지고 스트레스는 줄게 된다.
그는 또 경영진들에게 주위 사람들을 챙기라고 당부했다. 위기 상황에서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항상 곁에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섬버그의 제안을 실행에 옮긴 회사들은 상당한 실적 호전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영구 동토층(perma frost)'으로 불리는 중간 경영진 회의를 활성화시킨 기업들은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CWLP는 전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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