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비정규직에 퇴직금 볼모 사직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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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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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강서구 농협 지점에서 비정규직으로 5년 동안 근무한 김씨는 지난 7월1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7년 7월1일 기존 계약 종료를 10여일 앞두고 농협의 요구로 계약을 갱신한 김씨는 11일 계약이 만료돼 회사를 떠나야했지만 농협은 비정규직에게는 필요없는 사직서를 요구했다.
총무 담당자는 비정규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농협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자신의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사직서를 냈다.

농협이 계약 만료를 앞둔 비정규직 직원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7월1일 비정규직법 적용 이후 계약이 끝나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은 계약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퇴사가 결정된다. 따로 사직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농협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중앙회측은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퇴직금 지급은 물론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삼영 농협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은 "일부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면서 퇴직금과 고용보험 혜택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퇴직금은 당연히 줘야 하는 것이고 고용보험 역시 정부 차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역시 농협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직서를 요구했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형사법상의 협박죄가 될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농협에서 왜 이같은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의아해혔다.

일부에서는 농협 측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비해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두석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오랜 기간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는 무기계약이나 갱신 청구권이 있다"면서 "이들은 처음부터 무기계약자로 볼 수 있지만 계약 갱신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사직서 요구는 수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이나 갱신권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무기계약을 주장할 경우 스스로 회사를 나갔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협 비정규직 노조는 이와 관련 집단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농협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체결해 법적 해석 논란에 빠져 있다.

당시 농협은 수천 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과 '계속근무기간은 최장 2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라는 내용 수정을 골자로 계약을 갱신했다.

농협 노조측은 이는 명백한 계약 갱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측은 단순한 내용 수정이라는 입장이다.

노조측의 주장이 인정받는다면 농협은 2007년 7월1일 계약을 갱신한 비정규직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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