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기업혁신전략···'장기 전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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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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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경기침체로 글로벌 기업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한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초일류 기업들도 재정난으로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생사기로에 놓인 기업들의 고민은 하나같다. 밖으로 새는 비용을 줄여 유동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위기 이후다. 비상한 비용절감 방안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수 있지만 그뿐이다. 단기적인 전략만으로는 경기회복기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경영컨설업체 AT커니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기업혁신(sustainable restructuring)'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AT커니는 보고서에서 전략적으로 무력한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지적하고 위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장기적인 전략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파산한 기업 1200곳 이상을 대상으로 파산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무력한 전략에 따른 투자 실패로 파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AT커니는 고도의 전략으로 맞서야 할 위기를 임시방편으로 넘기려 했던 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혁신전략'의 목표는 이런 실패를 막자는 데 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납품망 개선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AT커니는 조언한다. 비용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이 원자재 조달처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원료 비용이 감소하면서 납품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납품망을 최적화할 수 있는 여지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판매실적이 급감한 것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그런 만큼 유통채널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한푼이 아쉬운 기업들에겐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고객 규모는 곧 판매량과 투입 비용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또 고객층이 안정되면 상품 포트폴리오가 최적화되는 것은 물론 가격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AT커니는 아울러 기업의 성공여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동성과 수익성, 전략의 균형에 대한 접근 방식에 따라 판가름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접근 방식의 경우 고객과 경쟁업체, 납품업체, 엔지니어 등이 속한 특정 지역 및 전 세계의 경영환경이 위기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기업혁신전략으로 인해 새롭고 활동적으로 개선될 것인지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AT커니는 설명했다.

때문에 기업은 미래에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 지를 판단해 모든 중장기 전략을 장기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산업의 경우,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저가 항공 티켓에 대한 수요가 증가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 혁신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항공사라면 이를 근거로 한 경영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보고서는 전략적 목표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기존의 애프터서비스를 수요 감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며 전략적 재조명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역시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꼽히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업이라면 그 어느 때 이상으로 평가절하된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적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충분한 자금력 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신생 기업이나 무리하게 규모를 확장하다 자산을 축낸 기업들이 유력한 인수대상이다.

이번 위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예견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제의 빠른 회복이나 침체와 회복의 반복, 느리지만 꾸준한 호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황 극복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을 뿐 위기 이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용절감이 당장 필요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일단 위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침체기 동안 유연성을 유지하고 성장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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