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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오류를 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심상훈의 Book&Talk
아이 러브 드림-꿈꾸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김이율 著/ 글로세움
'하이힐을 신고 독서하는 여자만 있는 게 아니다' 어느 날이었다. 470번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출근하는데 눈에 확 띄는 예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마침 옆에 빈자리가 나서 얼른 앉았다. 앉아야 1시간 이상을 책을 읽으며 즐겁게 출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먼저 읽어서일까. 옆자리에 졸던 미녀 아가씨도 조그만 핸드백에서 손거울이 아니라 ‘미니 북’을 꺼냈다. 책은 앙증맞아 보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미니 북’의 정체는 이 책 ‘아이 러브 드림’이었다.
책은 한마디로 약간 뻥치면 ‘사진이 반, 글이 반’이다. 딱 미니 북이다. 사진은 유별남 작가의 것.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사업장을 다니며,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의 삶을 담아낸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가장 가난한 삶 속에서도 밝게 웃는 어린이들의 미소 속에서 사진작가는 삶의 희망을 발견했다. 이 때문이다. 책은 사진만 몇 장 보더라도 입가에 미소가 돌고 마음에는 행복해지는 기운이 느껴진다.
글을 쓴 작가는 사진작가가 아니었다. 확인해 보니 광고회사에서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카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척이게 한 베테랑 카피라이터, 김이율씨가 썼다고 책의 맨 뒷장(256쪽)에서 짤막히 소개한다.
뭐랄까. 만만치가 않다고나 평(評)할까나. 존 레넌이 등장하는가 하면 베토벤 얘기도 나오고, 또 쌩택쥐베리, 틱낫한 스님, 심지어 칭기즈칸도 등장한다.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을 꼽자면 이렇다. ‘뷰티플 라이프’(132~138쪽)의 내용이 그것이다.
인생은 과연 아름다운 걸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저자는 ‘다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단언할 수 없다는 식의 전제를 깐다. 그러면서 영화 ‘닥터 지바고’ 대사를 인용해 하고픈 말을 대신한다.
“당신이 슬픔이나 회환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나는 이토록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거요. 나는 한 번도 낙오하지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소. 그런 사람의 미덕이란 건 생명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단 말이오.”
그렇다. 예순 명의 왕비와 여든 명의 후궁을 둔 솔로몬 왕이 부럽지가 않은 이유는 단 한 번도 여자에게 거절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낙오하지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는 그런 사람에게서는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이 책을 통해 발견함은 신의 축복이고 은총이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불행을 겪어보고 좌절을 당한 사람만이 더 아름다운 꽃과 인생, 그리고 행복을 피우게 마련이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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