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삼구 명예회장 측에 의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된 박찬구 전 석유화학부문 회장은 3일 ‘금호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전 회장은 자진의 해임과 관련 “박삼구 회장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고, 투표용지에 이사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 지위에 기한 압력을 행사해 해임안을 가결시켰다”며 불법 해임임을 강조한 뒤, ”이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또 박찬구 전 회장은 자신의 해임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의 주식 매입에 대한 불법 의혹을 제기하도 했다.
그는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대금 마련을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했는데,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금호렌터카가 어떻게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고, 금호개발상사가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150여억원의 주식을 매입했는지 의문이 있다”며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를 지시하였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반드시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처럼 재벌 오너 일가 중 한 쪽이 상대편에 대해 전격적으로 인사 조치를 취하면, 상대방은 폭로전과 법적 대응으로 맞서는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 양상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3년 전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그보다 앞서 2000년 현대그룹 ‘형제의 난’도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두산그룹의 경우 2005년 7월 당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신임 그룹회장으로 선임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형제들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는 진정서를 내며 시작됐다.
현대그룹 ‘형제의 난’도 2000년 3월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정몽헌 회장이 보류하면서 촉발됐다.
우리 국민들은 이처럼 비슷한 내용, 비슷한 방식으로 거듭되는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언제까지 봐야만 할까.
물론 개인의 재산권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재산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이 큰 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대나 두산, 금호아시아나같은 대기업들은 대주주 일가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수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수천명의 소액주주와 그만큼의 채권자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 기업의 대주주 일가가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해다툼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재벌 기업의 총수 일가들이 자신의 기업이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기를 바란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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