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주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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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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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녹색산업을 국가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테마를 이뤘던 녹색성장주가 반짝 급등이후 돌연 추락하고 있다. 2000년 IT 버블에 맞먹는 기세로 치솟던 녹색성장주는 하반기 들어 녹색 거품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고강도 녹색성장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 하면서 정책도 일회성 구호로 퇴색됐다는 반응이다. 증권가는 녹색산업 역시 초기 과열에 따른 침체를 겪은 뒤 생존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산업 초기엔 이런 흐름이 늘 되풀이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 IT는 한 세기를 이끌 유래 없는 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급격한 거품 붕괴로 수년 동안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ㆍ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ㆍ대체에너지ㆍ발광다이오드(LED) 종목을 포함한 25개 녹색성장주는  연초 주가와 연중 고점을 비교한 결과 평균 무려 110.10% 급등했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이달 7일 기준으로 연고점대비 36.54%나 손실을 냈다. 이는 연초 이후 코스피가 40% 넘게 뛰어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 지원책으로 랠리에 나섰던 녹색성장주는 2분기 실적 발표에 발목을 잡혔다. 기존 대형 우량주가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반면 새로 부각된 녹색성장주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부진을 면치 못 했다.

이는 녹색성장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00% 이상 많은 순이익을 올린 덕분에 주가도 고점대비 10%밖에 밀리지 않았다. 연초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여전히 260%를 넘어선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면 도입ㆍ부흥ㆍ쇠퇴를 순서대로 거친다"며 "이에 비해 주가는 도입 단계에서 급등한 뒤 이내 급락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을 중심으로 재상승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세계 각국 역시 동참하기 때문에 녹색산업을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IT 거품이 한창일 때 IT는 다르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녹색성장주 랠리와 IT 버블을 달리 보는 의견은 뚜렷한 실체를 근거로 삼는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IT 산업은 일부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수익원을 갖지 못 했다"며 "그러나 녹색산업은 뚜렷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 센터장은 "IT는 생존 자체를 결정하진 못 한다"며 "반면 녹색성장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지속 가능한 테마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의견 역시 확실한 수익성을 가진 기업으로 투자를 압축할 것을 권한다.

조 센터장은 "녹색성장주라고 다같이 오르던 시기는 지났고 수익 창출력에 따라 본격적인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하반기엔 일부 실적 우량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성민ㆍ문진영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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