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와 은행권의 고객 쟁탈전은 시중은행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은행권은 고금리 급여통장의 수익률이 CMA에 뒤지지 않는 데다 수수료 면제 등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CMA 대항마는 업그레이드 급여통장
은행권은 400조원 규모의 급여통장 시장을 지키기 위해 기존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제공해 온 급여통장 이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판매 중인 급여통장은 연 2.2~2.7% 가량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위기 여파로 증권사 CMA 평균 금리가 2%대로 추락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CMA 수익률이 2%대에서 맴돌고 있다"며 "일부 증권사 및 종금사에서 5%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CMA와 달리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
최호상 외환은행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MMDA는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금리 경쟁력도 있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우리은행의 'AMA 플러스 통장'은 이같은 장점을 잘 살린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급여통장은 높은 금리 뿐만 아니라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은행 자동화기기 및 인터넷뱅킹 이용시 대부분의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고 신용대출 이용시 대출금 한도 확대, 대출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여통장 고객에 대해서는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며 "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대출 기능까지 강화한다면 단순히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CMA를 선택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화되고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고객들이 신규 상품 가입에 신중해 진 것도 은행권에 유리하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C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펀드 등 중간 투자상품을 끼워 팔기(크로스셀링)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 실적이 저조한데다 CMA 계좌당 관리비용도 은행 급여통장보다 높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신상품 개발로 신규 고객 유치
은행권은 급여통장 기능을 강화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고객 이탈 방지 및 신규 고객 발굴을 위한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면제와 대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2030 직장인 저축예금'을 출시한 데 이어 9월 중으로 CMA 대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상품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회 진출기에 있는 젊은 고객층과 은퇴를 앞둔 실버 고객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이라며 "다양한 상품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형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기존 급여통장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식의 상품 리뉴얼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 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수수료 우대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상품 리뉴얼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이 지나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고객 이탈을 우려해 고금리 경쟁을 벌인다면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증권업계의 도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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