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간의 악몽을 겪었던 쌍용차에 이어 기아차, 금호타이어 등 자동차업계 파업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불황 속 각 기업들이 파업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 11일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노조는 이날 전 공장에서 주·야간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으며, 오는 31일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가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전년동기대비 두 배에 가까운 4192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에 대한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아차의 매출 상승의 주 요인은 정부의 세제 혜택에 따른 것이라 명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원달러환율 하락에 따른 가시적 효과일 뿐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록 기아차 전무는 12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설명회에서 “경쟁사들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잘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은 실적”이라며 “노조파업이 잘 끝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5월 14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사측과 14차례의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6차례의 부분파업과 1차례 전면파업을 벌였다.
지난 6월 29일부터의 80시간 부분 파업만 해도 손실액이 쌍용차 파업 손실 3160억원을 훨씬 웃도는 4000억원에 달한다. 파업이 재개되며 이 액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생산 대수만 해도 2만3000대의 차질이 나며, 쏘렌토R의 경우 판매 계약이 7000대 밀려 구매자가 차를 받기 위해 2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하지만 노사간 협상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감소는 물론,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5.5%(월 8만7000여원) 이상,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새벽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8+8시간) 시행,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기본급 동결, 생계비 부족분 200%, 격려금 250만원 지급, 주간 연속 2교대제(8+9시간) 도입 등을 제안한 상태다.
특히 이번 파업은 여름휴가를 위해 파업을 중단한 지 보름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여름휴가까지 챙기는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9일로 예정된 휴가를 챙기고, 휴가뒤 첫 출근날인 1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분파업을 재개키로 결의했다.
국내 양대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금협상과 구조조정 문제로 50% 감산 운동 등 투쟁을 벌이던 금호타이어 노조도 지난 1~5일 여름휴가를 마친 뒤 다시 태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사측이 지난 10일 명예퇴직 실시 공고를 내고 전 직원(3945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며, 노조 측은 전면전을 준비하는 태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세제 혜택 덕에 지금 조금 벌었다고 보상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라며 “수익을 체질 개선이 투자하지 않으면 자칫 제네럴모터스(GM)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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