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북한조문단이 21일 방문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당국자간 접촉이 이뤄질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정부 인사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측인 최경환 비서관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방문단은 직항기로 21일 오후 3시 10분 김포공항에 도착해 다음날인 22일 오후2시 김포공항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북측 조문단은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평화위) 실장, 맹경일 아태평화위 참사, 리현 조선 아태평화위 참사, 김은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기술일꾼 등 6명이다.
최 비서관은 "이들의 빈소방문과 조문 등 일정은 김대중 평화센터의 정세현 부이사장이 정부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김대중 평화센터 측으로부터 북한이 보내온 조문단 명단과 비행운항 계획서를 제출받았다"며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의 특사조문단 파견을 수용하고 조문단에 북한의 실세로 평가되는 김기남 당 비서와 김양건 통전부장이 포함됨에 따라 남북 고위당국자간 접촉 여부는 서거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조문단의 구성 자체가 고위급으로 이뤄진 데다 이들의 체류기간이 당일이 아니라 1박2일이라는 점은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시절부터 최측근으로 활약해 온 김기남 비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 배석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 비서관은 "김기남 비서는 지난2005년 8.15행사를 위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지병으로 입원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한 적이 있다"며 "장관급 이상의 인물이고,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대남사업의 수장이자 아태평화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양건 부장도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또 현 회장과 별도로 만나 남북 협력 사업들을 논의하고 5개항의 공동보도문도 조율하기도 했다.
그 역시 지난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9월말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다. 회담 직후인 11월에도 정상선언 이행 방안 논의차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도 20여년간 남북간 주요 고위급 회담과 접촉에 빠짐없이 관여해온 대남분야 베테랑이다.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을 겸한 그는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과 총리회담 때 막후에서 합의문안을 조율할 정도로 이론가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력으로 이번 체류 기간 김양건 부장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최 비서관은 "김양건 부장은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통일부장관과 같다"며 "원동연 실장도 많이 알려져 있고, 맹경일 참사도 장관급 회담 대표로 나온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모드다. 천 대변인은 남북당국간 접촉과 관련, "조문을 위해 오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고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의 우리 당국과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북측의 면담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방침에 대해 "그 때 상황에 따라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북측 조문단의 면담 요청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해 왔던 정부로서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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